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회사 전기를 싸가는 직원...

직장 동료 중에 책상 및에 항상 보조배터리를 2~3개씩 충전해놓고 일하는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방에서 2~3개의 보조배터리를 꺼내서 충전하고 밤사이에 출전시켜둔 보조배터리를 가방에 챙기더군요.^^

얼마 전에 무슨 보조배터리를 그렇게 많이 사용하냐고 물어보니, 집에 가져가서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

매번 2~3개를 충전해가는 것으로 봐서 가족들과 나눠 쓰는 것 같기도...

한 개 정도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매일 2~3개씩 싸가니..

밝게 웃으며 '알뜰하게 살아야죠~ 하는데, 순간 머~ 엉해지더군요.

뭐 알뜰하게 사는 것은 권장사항이지만, 돈을 아끼려면 본인 돈을 아껴야지, 본인이 지출할 돈을 다른 사람 돈으로 메꾸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닐 텐데, 이해하기가 힘드네요.

예전에 두루마리 화장지와 믹스커피 등을 자꾸 가져가서 주의를 준 적이 있긴 한데... 참...

회사 전기를 싸가는 직원 2...

며칠 전에 “회사 전기를 싸가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는데요. 한 분 한 분 답글 달기에는 너무 많은 글이 올라와서 예의가 아님에도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지난 글에는 축약해서 적었습니다만 에피소드가 참 많습니다.

몇 달 전부터 직장에 있는 커피며 화장지, 하다 못해 건전지까지 새로 들여오는 즉시 눈에 보일 정도로 사라지더군요.

첨에는 좀 많이 쓰나 보다 했는데, 다른 직원이 A 씨가 가방에 챙겨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하여,

따로 불러서 이야기했습니다. 회사 비품인데 개인적으로 챙겨가면 되겠냐고....

돌아온 대답은 본인 몫만큼만 챙겨가는데 뭔가 문제냐? 였습니다.

으잉??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예를 들어 믹스커피를 500개를 사두면 어차피 직원 먹으라고 사준 거니까 본인이 먹을 만큼만 챙겨갔다더군요.

직원이 10명이라면 10분이 1이 자기 몫이니까 50개를 챙겨간다는 식이지요.

믿기시나요? ᄒᄒᄒᄒ

다른 물품도 다 그런 식으로 계산해서 챙겨갔습니다.

흠.. 듣는 순간 설득될 뻔했습니다. ^^:

저는 회사에서 업무를 돕는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니 따로 챙겨가서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앞으로는 주의해달라고 말했고 A 씨는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끝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변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심해졌지요.

필기구며 복사용지 등 기타 소모품들을 들어오는 대로 챙겨가더라고요.

이건 업무와 관련된 물품이라 진짜로 문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대답은 위에선 아무 말 없는데, 왜 그러느냐? 였습니다. 윗선에서는 아직 모르니 그러는 것이고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A 씨가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그만하시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이맘때부터 윗선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때까지는 비품을 개인적으로 챙겨가는 직원들이 있는 것 같다고...

그래도 비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니 모른척하자...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때까지는...

중요한 것은 직원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누가 챙겨가는지는 모르고 사라지는 물품이 많으니 한 명이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ᅲᅲ

이쯤 되니 저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은 억울한 심정이 들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일단은 참고 앞으로는 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회의시간에 말이 나왔습니다.

회사 비품을 개인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과하지 않게 선을 유지해지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겠죠? 일단 제가 나서서 "앞으로는 비품관리 잘하겠습니다~"하고 마무리했는데, 저도 그랬지만 다른 직원들이 억울해하더군요. 의심받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직원은 찾아가서 사실대로 말하겠다고도 하고, 정신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기만 하는 A 씨가 참 야속했습니다.

제가 따로 이야기해보겠다고 하고 A 씨를 데리고 나와서 대화를 해봤습니다.

거 봐라 결국 말이 나오지 않느냐?

지금은 직원들로 알고 있지만 한 개인이라는 것을 알면 어쩌려고 그러냐? 등등...

결국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배터리 충전이 시작된 것이죠.

매일 2~3개씩 출전해가는 것이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 일단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A 씨가 이러는 것이 진짜로 절약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자기만족이다. 성취감 등 때문이 아닌가 했습니다.

그래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맘이 편한가? 하는 생각에 모르는 척했지요.

그러다가 글을 올리기 며칠 전에 제 바로 위 상사분께서 A 씨 책상 옆을 지나가시다가

와~ A 씨는 배터리가 몇 개야?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저도 모르게 "하나는 제 것입니다." 했더니 상사분께서 피식 웃으시더니 고개를 저으시며 가시더군요.

직감적으로 누군가 이야기했구나.. 하는 생각에 알아보니 직원 한 명이 찾아가서 말했다네요. 억울하다고.. 같이 일 못하겠다는 말까지... 흠....

솔직히 저는 배터리는 1개도 아니고 2~3개씩 충전해가는 것이 과연 절약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이 퇴근 후에 직장으로부터 업무전화를 받는다거나.. 하는 거 아니냐? 고 하시는데,

제가 이곳에서 9년째 일하는 동안 직장 일로 상사에게 연락 딱 두 번 받았습니다.

직장 동료 모친상 때랑, 천장에 스프링클러 터졌을 때...ᅲᅲ

물론 가끔 친한 동료들이랑 게임하자거나 술 한잔 하자고 연락을 주고받기는 합니다.

게다가 윗선에서 A 씨에게 직접 업무 이야기를 할리도 없고, 만약 지시할 사항이 있으면 저를 통해서 합니다만,

저는 업무시간 외에 차라리 제가 출근해서 해결하고 말지 위든 아래는 업무 관련해서 연락하지 않습니다.

집에 가서 업무를 보는가? 도 문제일 수 있는데, 일단 집에까지 가서 일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집에서는 절대로 일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냥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면 수당이 따박따박 나오는데, 굳이 집에 가져가서 일할 필요가 없지요.

더욱이 돈을 아끼겠다는 사람이면... 전기 정도로? 가 아니라 전기까지??라는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1천 원이든 2천 원이든 기본 마인드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그렇게까지 걱정하는 것은 회사 때문이 아니고 A 씨 때문입니다.

어느 분이 덧글로 사람이 싫으니까 그런 것까지 안 좋게 보이는 거다 라고 하시는데, 사람이 싫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죠.

A 씨와 함께 일한 시간이 7년째입니다.

길다면 길도 짧다면 짧지만 그간 이런저런 일로 정도 들었고, 진짜 걱정은 A 씨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몇 달 전부터 기미가 보이더니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도 말해주질 않으니 참 답답합니다.

오늘은 퇴근 후에 술 한 잔 하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볼 생각입니다.

이 분위기에서도 "사주시는 건가요? 참치회 먹고 싶어요~"라는 무 눈치에 놀랐습니다만, ᄒ ᄒ ᄒ

저는 참치회를 싫어하지만..ᅲᅲ 일단 참치횟집 가서 맛난 거 먹이면서 이야기해보렵니다. ^^

p.s : 각자의 삶의 기준이 있으니 생각이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수하고 글을 썼으니, 저에게

"못 믿겠다. "(저도 이런 사람 첨입니다. 라거나 "오버하는 것 아니냐?" 라거나 혹은 '꼰대 새끼네"라고 하셔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회원들 간에 의견 차이로 험한 말이 오가는 것을 보니 제가 괜히 죄송해지네요. 부디 회원들 간에 분쟁은 없었으면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회사 전기를 싸가는 직원 3.. 대화를 마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심리적인 문제였습니다. (진짜로 참치집을 가긴 갔습니다. -.. :)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언제부터가 자신의 그런 행동들로부터 위안을 얻고 있더랍니다.

몇 년간 정신없이 일하다가 이제 좀 여유롭다 싶었는데, 갑자가 공허해지더랍니다. ᅲᅲ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부터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챙겨 와서 마음이 편해졌다고...ᅳ..ᅳ;

그저 순전히 자기 만족감을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는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보이는 것보다 심각하더군요. 심지어는 다른 직원이 깜빡하고 놓고 간 우산까지 챙겨간 적이 있다네요. 본인도 본인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눈물을 보이더군요.

제가 볼 때는 우울증 같은데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지적을 하면 악화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불만이 있거나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태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니랍니다. 급여가 적은 것도 아니고 돈도 많이 모아뒀다고...

어디 가서 이 정도의 대접은 못 받을 거라고 A 씨 스스로 말하더군요. 듣다 보니 제 입장에서는 가장 최악의 답안지가 나와서 좀 심각했습니다.

본인의 심리적인 문제라면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요. 이런 표현을 매우 싫어하지만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냥 부하직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제 아래의 부하직원들은 모두 저와 6~7년을 함께 했습니다. 역시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라인? 라인이라고 하면 직원 모두가 제 라인이고 아니라면 모두가 아닙니다. 신입으로 들어와서 제가 직접 옆에 붙어서 가르치고 관리해서

지금까지 이직이나 퇴사 한 명 없이 지금까지 함께 일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명 한 명이 모두 저에게는 각별합니다. 그러던 중에 문제가 있는 직원이 생기니 그 문제 직원을 신경 쓰느라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것까지 챙기지는 못했나 봅니다.

 

어제는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습니다. 더 이상 다른 직원들이 상처 받는 일 없도록... 그간 A 씨가 저지른 일에 대해 회복 가능한 선까지는 회복시켜놓고 회사의 처분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처분이 법적인 처벌이든 그냥 퇴사든...

결국 제 말대로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자필 각서로 받아왔습니다.

챙겨간 비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집에 쌓아뒀다고 하니 월요일까지 모두 챙겨서 반납하라고 했고,

(물론 저희가 인지하지 못한 물품까지 포함해서)

동료 직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A 씨가 저한테 미안해할 것은 없다. 내가 A 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그냥 내일이라서 그러는 것이지만, 다른 동료들은 그게 아니지 않으냐... 한 명씩 찾아가서 사과해라,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직원들에게 사과할 겁니다.

그 일을 다 마치면 저와 함께 상급자분들을 찾아뵙고 그대로 보고 드리고 처분을 바라기로 했습니다. 물론 윗선에서는 저에게 처분을 맞길 확률이 큽니다만 이번에는 저 역시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있으니,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씀드리고 A 씨와 저의 처분은 윗선에 맡길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한테 진짜로 미안한 감정이 있으면 심리상담 한 번 받아보자고 했습니다. 이유 없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고 원인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어떤 이유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니까 책임질 것은 책임지되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A 씨 당신 지금 아픈 거라고... 아픈데 치료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A 씨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A 씨가 퇴사할 때를 대비해서 새로 직원을 뽑을 때까지의 업무 분배를 하려고 출근했습니다.

혼자 앉아서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하면서 업무 분배를 하다 보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B 씨는 이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C 씨는 지난달에 아내가 출산해서 휴가 중이니 배제하고...

D 씨는 아직은 이런 일을 하기 힘드니 이건 내가 하고 D 씨는 저런 일을 맡기고... 등등...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 못했던 부분도 생각나고... 함께 했던 시간들도 떠오르고... 그러네요. ᄒᄒᄒ

위에서도 언급했듯 부하직원들과 6~7년을 함께하다 보니이 사람들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이 저에게 일임돼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급자분들께는 진짜 미친개처럼 달려들고 하급직원들은 최대한 많이 챙겨주려고 했는데,

이게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권한이 크다 보니 부하직원들은 다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제가 일을 너무 늦게 처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적당선에서 제 권한을 나눌 건 나누고 윗선에 돌려드릴 건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부하직원 중에 A 씨가 상대적으로 가장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네요. 그래서 제가 너무 무신경했나?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와서 상담도 하고, 심지어는 연봉협상까지 같이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A 씨는 사적으로 뭔가를 부탁하거나 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에효... 생각이 많으니 일의 진도가 안 나가네요.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아들이랑 아내 얼굴 보면서 힐링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퇴근 후에 부하직원에게 술이나 한 잔 사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봐야겠습니다.

저도 제정신 아닌 상태로 글을 적다 보니 두서없이 넋두리만 들어놓은 것 같네요. ^^:

부디 이해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회사 전기를 싸가는 직원 4... 결론이 났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 씨는 한 달간 휴직하기로 했고, 정신과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확진을 받게 되면 그것의 치료 및 상담에 대한 비용은 회사 측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간단한 일을 괜한 걱정으로 많이 돌아온 듯 하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맘이 조금은 편해지네요.

어제 아침에 출근해보니 A 씨가 약속대로 가져갔던 물건들을 챙겨 왔더군요. (뭐가 이리 많아?!?!) 그리고 부하직원들이 A 씨와 함께 대화 중이었습니다. (직원들과 대화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러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출근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분위기가 괜찮은 듯 보여서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제 자리로 가서 이래저래 준비를 했습니다.

직원들과 대화를 마친 A 씨가 저를 찾아오자마자 바로 직장 근처 정신과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전문가의 간단한 소견 정도는 있어야 제가 윗선과 협의할 때 명분이 있을 것 같아서요.

검사받을 거 다 받고 오늘은 소견서라도 받아오라고 하고 저는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자세한 결과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군요)

돌아와서 부하직원들 불러 모아서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함께 일하는 것은 여러분이니까 의견을 최대할 반영할 거라고 했습니다. 부하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니 징계는 어쩔 수 없지만,

퇴사는 너무한 처사인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정도 있고, A 씨 퇴사하면 업무공백도 생기고 신입 뽑아서 언제 가르치냐? 등등..

상황이 싫었던 거지 사람이 싫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징계받을 것은 받게 하되 퇴사만큼은 막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는 뭐 먹으러 갈까에 대한 대화를....ᅳ.ᅳ;

A 씨한테 들었는지 참치횟집 가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부하직원들과의 회의는 끝!!!!

오후 1시에 윗분들과 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A 씨의 정신과 상담 결과를 받아 들고 가기 위해서

회의를 오후 3시로 연기하고 업무를 보고 있는데, 3시에 임박해서 A 씨가 정신과 소견서를 받아 들고 왔습니다.

역시나... 우울증 소견으로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어쩌고 저쩌고라는 내용이더군요.

일단 저 혼자 회의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A 씨가 윗분들을 상대하면 정신적인 압박이 클 것 같아서 저를 믿고 우선 맡겨달라고 하니, A 씨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지난밤에 의사 친구와 노무사 친구에게 몇 가지 문의를 하고 조언을 들은 후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상태로 회의실 문을 열었는데... 회의실에 들어가니...

허... 어... 제 윗선으로는 모두 와계시더군요. 역시 A 씨를 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일단은 윗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데....

예상대로 의견이 분분하더만요.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분도 있고, 중징계를 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이번 기회에 부하직원들을 좀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결국 퇴사시키고 법적인 책임도 묻자는 분까지 나오더군요.(한 성깔 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 타이밍이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회사 비품 등을 개인적으로 챙겨간 것은 결과만 놓고 보면 백번 잘 못한 것이고 그것에 대한 징계는 마땅히 받아야 하지만, 그 이유가 정신질환에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럼에도 퇴사를 시키시겠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지금 당장 사직서를 받아올 것이지만, 제가 들고 오는 사직서가 한 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윗분들 쪽에서는 난리가 났지요.

더 왜 오버하냐? 뭐 불만 있냐? 너 이 새끼 이제 뵈는 게 없냐? 등등...

일을 너무 크게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선례를 만들어둘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어도 저 포함 부하직원들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아프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럴 때마다 징계를 내리고 잘라버린다면 맘 편히 일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윗분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서 저도 정신줄 놓은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 씨가 정신질환이 아닌 그저 사적인 욕심에 회사 비품을 챙겨간 것이면 제가 먼저 퇴사를 이야기했을 거다.

하지만 원인이 정신질환이라면 일단 전문의나 심리 상담을 통해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정말 우울증이 맞다면 여러분의 부하직원이 회사 생활 중에 정신적 질환에 걸린 것이다.

저 포함 여러분이 심정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

여러분들 먹여 살려주던 사람이 지금 아프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유를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

이런 곳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고....

결국 30분간 쉬기로 하고 저는 나와서 A 씨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A 씨는 자기 잘못이니 자기만 처벌받으면 되는데 왜 저까지 처분을 바라느냐고 했습니다.

어느 댓글에도 봤습니다만 제가 윗선으로 처벌을 넘긴 이유는 딱 두 가지입니다.

A 씨의 목줄을 제가 잡고 있으면 A 씨가 제가 부담스러워서 솔직해지지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제일 큰 이유는 A 씨와 함께 저의 처분에 대해 윗선에 넘겨야 윗선에서 부담을 느끼고 A 씨를 선처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A 씨에 대한 처분에 비례해서 저에게도 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원래 윗분들에게는 좀 심하게 막 나가는 편입니다. ᅳ..ᅳ;

회의실에 다시 들어가니 저에게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라고 하시길래.. 회사차원의 징계는 감봉이든 뭐든 여러분들이 정해달라.

일단 A 씨는 업무에서 제외시키겠다. 휴가든 휴직이든 무급이든 유급이든 그것 역시 여러분 의견에 따르겠다.

그리고 A 씨가 우울증으로 확진받으면 치료비 등은 회사에서 책임져주길 바란다.

업무 중에 생긴 질병이니 회사에서 책임져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A 씨의 업무공백으로 인해서 업무를 분담해가는 직원에 대해서는 그것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겠다. 마지막으로 저도 책임이 있으니 이제 이 짓 그만 하련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윗분들의 결론은 일단 한 달의 기간 동안 휴직으로 처리한다. 이게 징계다.

우울증으로 확진받으면 치료비 등은 회사에서 지원하도록 한다.

다른 직원들의 업무분담에 따른 수당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그리고 너도 책임이 있으니 계속 책임져라. 즉 이 짓을 계속해라.

마지막으로 더 이 새끼 상사들에게 너무 개긴다. 앞으로 주의해라...

저도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겠다고 하고

A 씨에게 회의 결과를 통보하니 매우 기뻐하더구먼요...

진짜로 잘릴 줄 알고 쫄았나 봅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부하직원들을 모아 놓고 결과를 알려주니 그들도 모두 좋아라 하드만요. 역시 모두 걱정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저나 제가 불편하면 윗선임에게라도 꼭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에 부하직원들과 참치횟집에 가서(ᅲᅲ)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2차는 최고 선임 직원에게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고 저는 빠졌습니다.

제 험담이나 하면서 놀라고...ᅳ..ᅳ;

A 씨의 향후 치료과정이 걱정이긴 하지만 제 선에는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홀가분하네요.

코딱지 만한 회사에서 뭔 일이 이렇게 많은지.. ᄒ ᄒ ᄒᄒ

뭐.. 저의 일처리 방식을 이해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관리자 자격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관리자라는 것이 직원들이 그냥 일이나 똑바로 시키라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거 지적하고 징계하고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죠. 물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고쳐야겠지만, 그런 일에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하직원이 실수를 하면 그것을 함께 해결하고 책임져주는 자리가 관리자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의 기준에서는... 그러라고 돈 더 받는 거 아닙니까?

제 방식이 틀렸다면 언제라도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입니다. 솔직히 힘들어서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일단은 제 신념대로 해보겠습니다. 과연 옳은지 그른지...

그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글을 쓰고 아놔 괜히 이런 글을 써가지고.. ᄒ ᄒ ᄒ 하는 생각도 있지만, 어쨌든 제가 써 올린 글이니 끝까지 책임은 져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은 제가 죽을 것 같아요??

팀장 시절에 팀원 중 A 씨가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한 후 휴직을 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 때 있잖습니까? 

평소에 괜찮다가 병원에서 어디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본인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진짜로 더 아파지는...

 

치료 초기의 A 씨가 딱 그렇더군요.

거의 매일 통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치료를 시작하고부터 더욱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

 

A 씨가 전화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면서

'그래. 그렇다. 잘하고 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나면 저까지 우울해지는..ㅎㅎㅎ

 

그러던 어느 날 밤, 전화기에 A 씨의 번호가 딱 뜨는데

그냥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전화를 받자마자 A 씨가 하는 말

 

"팀장님은 제가 죽을 것 같아요??"

 

와~ 진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내가 만약에 가게 되면 팀장님한테는 꼭 먼저 말하고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하더군요. 순간.. 

아~ 이 사람 많이 힘들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 나한테 말려달라는 거구나...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제가

 

"그래요. 혹시 그런 생각이 들면 제일 먼저 나한테 전화를 해요. 그리고 내가 갈 때까지만 기다려줘요."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뭐라고 했냐면...ㅋ

 

"치킨 먹을래요? 치킨"

 

ㅍㅎㅎㅎㅎㅎㅎ

 

치킨 두 마리(어떤 상황에서도 1인 1 닭이 원칙이니까)하고 맥주 두 캔 사 가지고

A 씨 집에 가서 밤새 치킨 뜯어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죠.

말이 으찌나 많은지 귀에서 피나는 줄..ㅎㅎㅎㅎ

남자 둘이서 밤새 맥주 한 캔씩이 말이 됩니까. 

하도 말을 많이 해서 맥주 마실 틈도 없더구먼요.ㅋ

 

그래도 시간이 흐를 수 록 A 씨의 말투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해가 뜰 때쯤 밍밍해진 맥주 한 모금씩을 마시고

저는 출근, A 씨는 운동...

 

회사에 일찌감치 출근을 하는데, 참 이게 또 운명인지...

회사 2층 피부과에서 근무하는 간호가 A 씨는 겁나 좋아했거든요. (역시 잘 생긴 게 최고임)

그날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 간호사분을 만난 겁니다.

둘이서 야금야금 연락을 주고받는 듯하더니 갑자기 A 씨가 연락이 안돼서 걱정하더라고요.

우울증이라고 하지는 않고, 그냥 좀 아파서 쉬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분의 눈빛이 제가 힘들 때 저를 바라보는 제 아내의 눈빛이더라고요.

 

그래서 A 씨에게 아침에 간호사를 만났는데, 이러이러하더라까지만 전해습니다.

둘이 잘되면 좋은지만 혹시라도 틀어지면 A 씨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도 같아 내심 걱정도 했습니다...

 

만... 둘이 잘 되더구먼요. 역시 잘 ㅅ...ㅡ,.ㅡ;

 

그리고 3개월 뒤에 A 씨는 밝은 모습으로 복귀했고,

지속적인 치료와 여자 친구의 지극정성으로 

3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전됐습니다.

일도 잘하고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드립도 막 날리고...

점심때면 여자 친구랑 밥 먹는다고 헤헤거리면서 내려가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날이 계속되는 듯했는데...

 

이틀 뒤에 결혼합니다. 결혼해요...ㅋ

 

결혼선물로 TV를 직구로 사줬는데, 어제 도착했다면서

오늘 아침에 예비신부가 직접 인사하러 올라왔거든요.^^

 

둘이 나란히 서서 고맙다고 하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혼났네요.

 

시국이 시국인 관계로 가족들끼리만 조촐하게 식을 올린다고 해서

갈비탕 먹으러 못 가지만...

 

부디 행복하길 빌며...

 

 

여러분! 역시 잘생긴 게 최고입니다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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