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나이가 들수록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 시간을 다시 늘리는 비법

돌이켜 보면 우리는 20대 때보다 30대에, 30대 때보다 40대에, 40대 때보다 50대에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10살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10% 이지만 50세에게 1년은 2%에 불과하다. 그래서 살아온 인생이 길수록 1년이 더 빠르게 지나가버린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적으로도 이런 느낌은 근거가 있다.

미국 심리학자 피터 맹건 교수는 20대와 60대를 대상으로 3분의 시간을 마음속으로 세다가 정확히 3분이 지났다고 생각할 때 스톱워치 정지버튼을 누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이 결과 20대는 3분을 거의 정확하게 맞힌 반면 60대는 40초 정도 더 지나서야 3분이 됐다고 말했다.
벌써 3분 40초나 지났단 말이야?
실제 시간흐름보다 내가 느끼는 시간 흐름이 더 빠른 것이다.

우리 뇌는 모든 기억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게 조각조각 남기는 반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직장인들은 어제와 그제, 지난주와 그 지난주의 차이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고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또 이런 느낌은 도파민과도 관련 있다.

도파민은 강렬한 자극이 있거나 즐거울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분비량이 20살에 최고조에 달하다. 이후 10년마다 5~10%씩 감소한다. 나이 들수록 자극에 대해 흥분을 느끼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시간을 추정하는 능력이 20살에 절정에 달했다가 이후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에 대해 흥분을 느끼는 정도도 덜하고, 새로운 자극도 별로 없게 되면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도 시간 흐름에 대한 느낌을 고무줄처럼 늘릴 수 없을까?

바로 새로운 경험이다.

미국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박사는 이런 실험을 했는데 안전장치를 갖춘 놀이공원의 기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50m 높이에서 뛰어내리게 한 다음 자신이 땅에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을 추측해 보도록 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실제 떨어진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대답했다. 떨어지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느낀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강렬한 자극에 의한 경험이 일상적인 경험보다. 훨씬 촘촘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의 슬로모션 기법처럼 같은 1초에 더 많은 프레임이 저장돼 오랫동안 지속된 경험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나이들수록 일상에 색다른 경험을 하나씩 늘리라고 조언한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새로운 산책 코스로 걷거나, 안 먹어본 음식을 먹어보는 등 나만의 첫 경험을 늘려가는 것이다.

악기를 배운다거나, 매일 가는 산책길의 코스만 조금 바꿔도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 할 수 있는 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오늘 이 순간을 붙잡아라. 당신이 얼마나 나이 먹었든, 당신 인생에는 여전히 의미 있는 첫 순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 (자기 계발 전문가 제프 헤이든, 2017.10.24.)

71세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가 바로 이런 예이다.

박 할머니는 손녀와 호주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인생 첫 파스타 먹기, 첫 카약 타기, 첫 요가 도전 등 70평생의 첫 경험들에 도전하고 있다. 42년 간 식당 일만 하던 할머니의 하루하루가 다채로워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느끼는 시간은 이렇게 바뀌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세상이 달라진다. 10년은 젊어진 것 같고,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된다. 여행 가기 전에는 일만 하며 70년 동안 1960년대에 살았다. 다녀온 후에는 2017년을 산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여행을 가기 전에는 평생을 같은 시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렇게 쏜살같이 지나온 세월을 뒤로 하고 지금 할머니는 하루하루 시간을 늘어뜨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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