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거대하고 흉측한 도시 해충들로 유명한 브라질

보통 도시 해충이라고 하면 모기나 끽해봐야 바퀴벌레 정도 떠올린다. 확실히 조가튼 새끼들이지. 근데 이건 위험한 곤충이 거의 없는 헤븐반도에서 하는 배부른 소리고, 남미로 가면 도시 해충들이랑 목숨 걸고 싸워야 된다. 그중에서도 제일 위험한 동네가 브라질이다. 녹색지옥 그린헬이라 불리는 아마존강에서 진화한 괴물 같은 곤충들 서식지라 다른 곳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안 그래도 브라질은 굉장히 큰 곤충들 서식지로 유명하다. 근데 가장 위험한 건 저렇게 큰 놈들 이야기는 아니고, 의외로 손가락만 한 놈들이다.

브라질의 골칫거리 노랑전갈

요만한 애들 이건 남미 최악의 독충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랑 전갈'인데, 좆밥 같아 보이지만 모든 독충들이 그러듯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얘들은 원래는 정글에서 살던 애들이었는데, 인간들이 정글을 파괴하자 도시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그때부터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치사율 1% 하지만 일년에만 물리는 사람 15만명

남미 최악의 독충이라고 불리는 것이랑은 달리 독침에 쏘였을 때 치사율은 1% 이하 정도다. 치사율 1%면 그렇게 안 높은 거 아닌가 싶을 텐데, 독의 작용이 빠른 편이라 1시간 내에 해독제 안 맞으면 위험하다. 그래도 별로 안 대단한 거 아닌가? 싶을 텐데 이 새끼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 물량이다.

일년에 1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매년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치사율이 낮으면 굉장히 많이 쏘면 된다. 브라질에서 1년 동안 이놈들한테 쏘이는 사람이 몇 명 정도 될 거 같은가? 100명? 1000명? 아니다 15만 명이다. 15만 명 중에서 1%가 죽으면 일 년에 1500명이 전갈에 쏘여 죽는다는 소리고, 안 죽어도 15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굉장히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정도면 충분히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브라질에 노랑전갈이 서식하게 된 이유

그야말로 현재 브라질 도시 전체에 전갈이 바글바글 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머릿수가 많은데, 이 사연도 기가 막힌다. 원래 정글에 살던 때는 천적도 많고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자주 잡아먹히는 양민이었는데, 고향 박살 나고 거기 인간들이 도시를 세우고 나니까 또 그게 뒤집힌 것이다. 정글 박살날 때는 거지 같았는데 알고 보니 인간들의 도시는 전갈한테 유토피아였다는 아이러니.

노랑 전갈 최적의 서식지가 된 도시환경

도시라는 환경 특성상 전갈이 좋아라 하는 어둡고 비좁은 틈새도 널렸고, 전갈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들은 인간한테 다 작살나서 아주 살판이 났다. 게다가 인간들이 먹이도 알아서 공급해줬는데, 남미 위생 별로 안 좋은 것에 의해 당연히 바퀴벌레도 엄청 많았고, 이 바퀴벌레들은 전갈의 무한한 식량이 되어주었다.

먹이 없이도 8개월간 생존하는 높은 생존력과 바퀴벌래 같은 번식력

사실 바퀴벌레 없어도 딱히 문제없는 게 밥 안 먹고도 8개월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괴물들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노랑 전갈은 수컷 없이 암컷만으로도 번식이 가능한 저그 같은 생물이다. 참고로 한 번에 새끼를 30마리씩 까는데 그 걸 일 년에 수십 번씩 한다.


결과적으로 온갖 전갈 보정 보너스로 겹치고 겹치니 전갈 인구 대폭발이 일어났다. 1980년대만 해도 일 년에 물리는 사람이 700명밖에 안 됐는데, 2000년에는 1만 명, 그리고 2018년이 되니까 15만 6000명으로 뻥뻥 늘어났으니 전갈이 얼마나 바글대는지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대 실패로 돌아간 브라질 살충제 방역

이렇게 모두 죽을 상황이 되니 브라질 사람들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살충제로 전국을 도배하다시피 했는데, 다들 알겠지만 전갈 생존력은 절지동물 중에서도 톱클래스다. 단단한 껍질을 두르고 있고 자체적인 독 내성도 엄청 강한지라 에프킬라로는 흠집도 못 냈다. 생화학전이 대 실패로 돌아가니 인력을 동원해서 잡기 시작했는데 손가락만 한 전갈 잡는 게 어디 쉽겠는가? 그냥 마룻바닥 밑으로 도망가면 그만인데?

이쯤 되면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1차 용병 투입 - 앙골라 닭

그래서 전갈 전쟁은 새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는데 용병을 부른 것이다. 브라질에 가면 주택가나 공공건물에 뜬금없이 엄청 무섭게 생긴 새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놈들이 대 전갈 용병 1호 인 '앙골라 닭'들이다. 원래 전갈을 주식으로 먹는 터프한 치킨들이라 전갈이 눈에 보이는 대로 가서 조지고 잡아먹는다.

2차 용병 투입 - 노랑 두꺼비

근데 얘들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보니 요즘은 더 특화된 용병 2호기를 들여놨는데, 그게 노랑 두꺼비들이다. 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랑 전갈이랑 비슷하게 인간들이 고향을 파괴해버린 생물인데, 노랑 전갈은 도시에 진출해서 전성기를 맞은 반면 얘들은 서식지도 작살난 데다 못생겼단 이유로 브라질 인간들이 마구 때려죽여서 개체수가 엄청 줄어든 상태였다. 근데 연구해보니까 얘들이 앙골라 닭 이상으로 전갈 조지는데 특화된 생물이었던 거이다. 얘들은 전갈 하나 조지는데 5초도 안 걸릴 정도로 엄청 빠른 데다가 식탐도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전갈 독에 완전 면역이라 10마리 분량의 독을 한 번에 쑤셔 넣어도 독뎀이 전혀 안 들어가는 탱커였다. 인간들이 그렇게 열심히 조져놓고 이제 와서 대 전갈 용병으로 투입하는 게 좀 배은망덕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노랑 두꺼비들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한참 노력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사정으로 요즘 브라질에 가보면 전갈과 닭과 두꺼비들이 치열하게 전쟁을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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