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난 봉사활동단체에 가끔 나가서 일한다.
봉사활동 대표님이 활동 끝나면 참가자들 데리고 술이랑 밥을 배터지게 먹이는게 이 단체 전통인데
이게 몇년 반복되니깐 단체원들이 죄다 몸무게가 씨1발...
연탄나르고 사랑의 도시락 배달하는 양반들이 땀 졸라 흘리고 배터지게 먹기만 했으니 알만 할거임
그러다 어느날 중요자리라 단체원들 전원 정장입고 가는 날이 있었는데 비주얼이 딱 범죄와의 전쟁이었음


거기에 단체원들이 또 얼굴에 꼭 흉터가 하나씩 있어 전원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축구하다 얼굴 박살난적이 몇번 있음
그런 단체원 한 여덟명이 정장입고 표창장 받으러 가는데 문신육수충이 눈깔고 길을 피하더라...
그날 표창장 받고 단체장님 또 기분 좋아서 바로 술집 예약하고 밥먹는데 단체원들 다같이 술집 들어가는 순간에 술집의 데시벨이 낮아지는게 확느껴짐
와중에 단체장님 분위기 파악 못하고 또 술 몇잔 들어가니까 신나셔가지고
"아이 자식아! 뭐 대표님은 대표님! 그냥 형님이라고 해! 술자리에선 그래도 돼!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면서!"
하고 자빠지셨는데
우리 테이블 옆자리 온도가 물리적으로 내려가는게 느껴지는 나머지 대표님한테 귓속말로
"저기 대표님... 지금 저희가 형님이라고 부르면 진짜 ㅈ될것 같습니다."
"옆테이블 온도가 물리적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대표님."
속삭였더니 대표님이
"야... 우리 지금 혹시 건달같니?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니니?"
라고 다시 속삭이심.
"예 누가봐도 요 앞에 신축하는 건물 건설사 사장 슈킹하러 온 새끼들로 보입니다."
"표창장 꺼내놓고 식사할까?"
"정치계랑 결탁한 깡패새끼들로 보입니다. 관두십쇼."
그래서 조용히 밥먹고 조용조용 이야기하고 나옴 나와서
"아니 우리 다같이 좋은일 하는 사람들인데..." 라고 대표님이 한탄하시는데
"대표님 깡패새끼들은 다 그렇게 말합니다." 라고 부대표가 깝추다가 몇대 맞음
그러고 몇달 후에 활동장비랑 활동인원 승용차로 싣고다니는거 힘들다고 대표님이 본인 자비를 털어 단체활동용 중형차를 구입하심
근데 그게 검은색 스타렉스, 엠옘병. 시골쪽에서 농활하는 활동 있어서 활동 전에 땅 좀 다진다고 단체원들 삽이랑 곡괭이랑 싣고 내려갔는데

검은색 스타렉스에서 목장갑낀 봉사단체원 여럿이 삽들고 우르르 내리니깐 기다리고 계시던 어르신이 움찔하시드라.
담그러온 줄 아셨을거야 '김영감 결국 네놈이!' 싶으셨을거야.
몇번 이런게 반복되다보니
'중요자리 갈 때 단체원 둘 이상 정장입지 말것'
'봉사활동하러갈때 되도록 어두운 옷 말고 베이지색 계통의 옷 착용'라는 규칙이 생김

대표님이랑 부대표가 베이지색 옷만 다섯벌 넘게 구입함
둘다 도수없는 안경 쓰고다님
이제 대표님이 좋아하는 일수백만 압수하면 진짜 좋은일 하는 사람들처럼 보일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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