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우승 한 전성기 조훈현 기사가 남긴 이창호 이야기

응씨배 세계 프로 바둑 선수권 대회

대만의 부호이자 열렬한 바둑 애호가인 잉창치(應昌期 - 응창기)가 40만 달러라는 거액의 우승 상금을 걸고 1988년 창설한 본격적인 세계기전. 일본은 응씨배 창설 움직임을 보고, 서둘러 전자회사 후지쯔의 후원을 받아 후지쯔배를 만들면서, 최초의 세계 대회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러나 2011년을 끝으로 후지쯔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응씨배가 가장 전통 있는 세계 바둑 대회가 되었다. '잉창치배', '잉씨배'라고도 불린다. 4년마다 개최되기 때문에 바둑 올림픽 혹은 바둑 월드컵이라는 별명도 있다. 타이베이·상하이 응창기 바둑교육 기금회가 주최 및 후원한다.

응씨배 제1회 대회는 여러모로 한국 바둑 입장에서 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대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바둑은 일본이 주도하고 중국이 일본과 싸우는 양강 구도의 체재였다. 그 가운데서 한국은 그저 그전 듣보잡 취급만을 받았다. 그 결과 응씨배에서 초청받은 선수는 조훈현 단 한 명.

조훈현의 뒤를 이어 한국 바둑의 최강자였던 서봉수는 예비 후보에만 이름을 올린다.

조훈현 응씨배 1회 우승

그러나 이 대회에서 조훈현은 보란 듯이 우승했고 세계 최강의 기사로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당시 나이도 30대 중후반. 지금에서야 바둑 기사로서 많은 나이지만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한참 전성기를 달려야 할 나이.

그의 시대는 앞으로도 십 년은 더 지속될 것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이를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이후에도 조훈현은 세계 기전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 위업을 달성하고 세계 기전 역시 10번을 더 우승하는 등 최강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막강한 저력을 품고 있음에도 그는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자신의 바둑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다고 할 수 있는 응씨배 우승 날 밤.

어두운 호텔방에서 그는 40만 달러 짜리 우승상금 수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가운데 인터뷰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한 마디를 던졌다고 한다.

"이제는 창호가 알아서 하겠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 순간 마치 곧 자신의 시대가 끝날 것처럼 자신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한 그 한 마디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창호는 믿을 만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훈현 9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럼 믿을 만 하지." 조훈현 9단이 어떤 심정으로 또 무엇을 예감하고 이런 인터뷰를 한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이제 한국 바둑이 일본 중국에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할 수도 있다는 것 증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한중일과의 바둑 싸움을 주도해 나갈 때 제자가 활약해주리라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먼 미래의 이야기를 꺼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던 조훈현의 시대는 얼마 끝나지 않아 끝을 고했다.

그가 최강의 기사라는 건 여전히 변함없었다.

하지만 이후 그가 세계 기전을 열 번 더 우승하는 동안의 시대를 사람들은 그 시대를

이창호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창호

응씨배 4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창호

대한민국의 프로 바둑기사로 세계 바둑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둑인 중 하나로 바둑의 신이라 불렸다.

1. 세계대회 우승 횟수 21회로 역대 1위
2. 세계 최연소 국내 종합기전 타이틀 획득(14세, 제8기 바둑왕전)
3. 세계 최연소 세계 종합기전 우승(16.5세, 제3기 동양증권 배, 최연소 세계챔피언)
4. 최다 연승(41연승)
5. 국내 16개 기전 사이클링 히트 달성(1994년, 제18기 기왕전 우승)
6. 최다관왕 기록(13관왕).
7. 연간 최고 승률 기록 88.24%(75승 10패, 1988년)
8. 그랜드슬램 달성(2003년, 제4회 춘란배 우승)
9. 통산 140회 우승
10. 통산 승리 횟수 2위(1796승)
11. 1998년 모든 메이저 세계대회에 결승 진출
12. 역대 최연소 500승(18세 4개월), 1000승, 1500승(35세, 제28기 KBS바둑왕전)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