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진통제를 한 움큼, 입에 털어 넣는 남자

강병욱 교수 / 대학병원 종양 혈액암 센터

1기부터 4기까지 구분을 할 수 있는데 (이병철 씨는) 4기 간암에 해당이 됩니다.

남자는 간암 말기다. 그에겐 아들이 있다.

올해 서른인 아들은 4년째 의식불명이다.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 아직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아들이랑 손 잡고 걷고 싶어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이뤄질 수 있을까요...

 

대구의 한 병원
아침부터 어디론가 향하는 병철 씨
같은 병원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아빠 왔어 눈 깜빡여 봐

반가운 인사를 건네보지만 아무 대답이 없는 아들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해
유망주로 주목받던 아들. 긴장감도 있고 두려움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게 자랑스럽기만 하던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하늘이 무너졌죠.


그 자리에서 숨이 멈췄는데 응급실로 옮겨서 인턴 의사들이 57분 만에 살렸다고 하더라고요
살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지만 여전히 누워만 있는 아들

 

아버지는 아들이 언젠간 꼭 일어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오늘도 아들 곁을 지킨다.

아빠 전 재산이 너인데 누워 있으면 어떡해

누워만 있는 아들의 몸이 상하진 않을까. 하루도 빠짐없이 닦고 또 닦아주는 아버지

중증환자를 씻기는 건 보통 사람에게도 벅찬 일인데, 병철 씨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해내고 있다.

머리에 땀이 맺히셨어요.
네. 그래도 내 아들을 이렇게 만지고 또 이렇게 같이 있는 게 그나마 제일 행복합니다.

남들 보기에 힘들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행복해요.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보다. 자식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힘든 내색 한번 없다.

나 역시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니고 암세포가 자꾸 자라고 있지만 나는 암 환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든 일어나게 해 놓고 다음에 내가 아프든지 해야지... 그전에는 안 아플 거예요..

하지만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

갑자기 찾아온 통증. 떨리는 손으로 아들을 간호한다.

요즘 들어 부쩍 통증이 잦아진 아버지

고된 신음 소리도 전보다 잦아졌다. 아버님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가나 봐요.
일과가 끝나고 나면 지금부터 아파요.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아버지는 왠지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통증이 아니라 불안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저도 살아야 하지만 저보다는 아직 아들은 피워보지도 못한 꽃이기 때문에 이 땅에 태어나서 한 번은
피어봐야 안 되겠습니까?

그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는 암세포보다 아들이 깨어나지 못할까 그게 제일 두렵다.

"그저 약간의 시간만을 허락해주십사"
그날 아버지는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빌고 또 빌었다.

간절했던 아버지의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병실을 향하던 아버지의 신은 역할을 잃었고
전화기 속 아들의 사진은 이제 더 늘어나지 않는다.

마지막 가면서도 아들 이야기를 했죠. 정신이 들 때까지는 계속 아들 이야기를 했어요.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하더니...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그 시각
삼촌 - 오늘 잠을 못 잤나?

의식은 없지만 소식은 전해야 할 거 같아서...

걱정하지 말고 너만 일어나면 된다 이제..

삼촌은 끝내 말을 전하지 못했다.
이상함을 느낀 걸까,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움직이는데
꼭 한 번 아들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싶다던 아버지

그 마지막 소원을 끝내 이루지 못했지만 병철 씨는 누구보다 강한 아버지였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참 쉽고도 어려운 거죠.

아들에게는 내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강한 아버지로 남고 싶습니다

이병철 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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