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여친과 메모리(7)

2020. 7. 14. 00:40

타다다닥

 

이런 소리는 왜 이리 잘 들리는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막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로 뛰는지 알진 못하지만

 

여친과 저와 총무형은 모두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개들은 짖고 있었습니다

 

총무형은 나를 잡으러 뛰어오는 듯 합니다

 

여친도 날 향해 달려오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발목이 꺾이고 자빠링하면서도 여친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 동네 사람들은 분명 112에 신고했을 듯 ;;;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안개 속에서는 거기다 전깃불 하나 없는 곳에선 불가능하겠죠

 

민가의 불빛이 약하게 보이는 정도는 되긴 했는데 전혀 제 앞은 안 보이니 이게 뭔 말이랍니까

 

정신없이 뛰는데

 

진짜 완전

 

빡!

 

머리속에서 별이 백만개는 보이는 것 처럼

 

작용과 반작용에 대해서 심각하게 배울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지금 왔습니다

 

뭔진 몰라고

 

아주 작정하고

 

사람과 사람이 부닥치면

 

이럴까요

 

순간적으로 기절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러니까 제가 누구랑 부닥친게 확실합니다

 

어쩌면 전봇대에 부닥쳤을지도 모르겠고요

 

벽은 아닙니다만

 

코에서 피가 나는 듯 입에 단맛이 돕니다

 

뭐가 철철 흐릅니다

 

말도 잘 나오지 않더군요

 

상대방이 신음소리를 내는데

 

남자입니다

 

누구지...

 

바로 앞이지만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총무 형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확신할 수가 없더군요

 

아니 그 전에

 

머리가 빙빙 도는게

 

정신이 없습니다.

 

아구구......

 

빙빙 도는 정신으로 벌떡 일어났으나 다리가 홱홱 풀립니다

 

근데 나랑 부닥쳤던 사람이 일어나면서 제게 발길질을 합니다

 

허벅지 부분을 걷어차여서 저는 다시 넘어졌습니다

 

아련하게 "개새끼"라는 말이 들립니다

 

그래..

 

개새끼들이 오늘 천지가 개벽하도록 짖어대고 있으니

 

나도 한 마리의 개새끼인거지

 

저 역시 주먹질을 합니다

 

근데 헛지랄을 했네요

 

저기쯤 있다 싶어서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자

 

머리통을 때린 듯

 

주먹이 뽀개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악...!

 

나의 복부에 강력한 주먹질이 들어옵니다

 

정신줄은 이럴 때 놓아야 하는데..

 

놓아지지 않는군여

 

그러나 다리는 풀렸습니다

 

허물어지듯 자빠지는데 내 머리가 있던 곳으로 뭔가 휭 하고 지나갑니다

 

죽을 뻔 했네요

 

자빠지면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제가 있던 자리로 발길질이 들어옵니다

 

숨이 너무 가빠서 일어나기도 힘듭니다

 

어떻게 벌벌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긴 했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땀인지 뭔지 짭잘하고 들큼한 것이 입에도 막 들어오고 목으로도 막 흘러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마 한 중간이 띵 하게 울려옵니다

 

젠장...

 

그 와중에도 총무 형님이 파도부대에서 특공대랑 훈련하면서 특공대 때려잡은 이야기를 저번에 했던걸 기억해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또 뭔가가 나를 후려갈깁니다

 

퍽..... 퍽..

 

몇 대를 얻어맞으면서도 두 팔로 얼굴은 가렸습니다만..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날 알아보는 걸까요...

 

어쨌든 몇 대 더 맞고나니..

 

여친의 목소리고 뭐고.. 하나도 들리지 않고

 

개 짖는 목소리만 계속 왈왈왈 왈왈 왈왈왈왈왈 ....

 

이 개시키들.. 비트박스하나..

 

 

도저히 이건 상대가 안 되더군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도망쳤습니다

 

뭐 도망쳤다기 보다는 반은 기어서 네발(?)로 존내 빠졌죠

 

역시 순식간에 전 어둠속으로 사라진 꼴이었죠

 

이것은 바로 어쌔신 마스터의 비기... (음?)

 

근데 숨소리가 너무 거칠어서인지

 

잘도 절 쫒아오네요

 

"이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

 

계속 이러는데

 

저에게 이러는건지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짖어대는 개들을 보고 그러는건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저도 알고 있지만

 

제가 뭘 잘못한거죠?

...

 

네.. 저도 잘못이 있습니다.

 

회원 한 분이 쪽지를 보내셔서

 

님이 여친 뺏은건데 뭘 잘했다고 이런 글 쓰시나요?

 

이런 쪽지가 와서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연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니..

 

그냥 연재는 완결하게 해 주세요 ㅠㅠ

 

아.. 그러니까..

 

저도 잘못이 있지만..

 

그러니까 저의 잘못이 전부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저의 여친이 되어 있고

 

이 여친이 스토커 전 남친에게 알몸찍히고 헛둘 찍힌거

 

회수하길 원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현 남친으로써 회수해야 할 책임이 있는거고

 

뭐 루이비통 가방을 사달라는 것도 아닌데

 

이정도는 해 줄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근데 존내 힘들군요... ;;;;;;

 

그냥 루이비통 가방을 사 주는 것이... ;;;;

 

 

 

 

 

 

 

 

 

 

 

 

 

 

어쨌든 존내 도망가다보니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원래 이렇게 되리라고 결정되어 있던 건지

 

아니면

 

어쩌면

 

그냥 우연인지

 

안개가 옅은 지역으로 딱 나서자 말지

 

산발을 해서 미친년 뛰어다니듯 하던 여친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4040아!!!!!!"

 

그녀도 저를 발견하고는 기쁨의 함성을 지릅니다!!

 

그리고는 손을 잡고는 존내 뜁니다

 

근데 안개가 계속 옅어지는군요..

 

그리고...

 

안개속에서 총무 형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이 어두운 밤에 한 마리 곰 새끼가 도망치는 연어를 쫒아가듯(응?)

 

존내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이 밤의 얼굴섬에서는 아마 칼루이스 할배의 친척이 오더라도 총무 형을 못 따라잡은 것입니다 (당연한가..)

 

저희도 다리에 일제 야마하 모터를 단 듯 존내 뛰었죠

 

그게 참 이상하게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꿈도 안 꾸는데

 

저 멀리.. 아니 좀 가까이

 

제가 세워둔 오도방구가 보이더군요

 

제가 어두워서 불을 켜놨거든요

 

안개가 옅어지니 멀리서 보이더라고요

 

얼핏 봐서는 시동걸고 둘 다 존내 도망갈 수 있겠더라고요..

 

진짜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뛴 건 처음입니다

 

심장이 이렇게 뛰는 것도 처음입니다

 

심장이 뛰는데 마치 목구멍 위로 튀어나올 것 같더군요

 

잘못하면 내가 내 심장을 처먹게 생겼네요

 

그러면서 여친과 내가 오도방구 위에 올라앉고

 

그걸 본 형님이 진짜 ㅈ빠지게 뛰어오는데

 

분명 총무형님 이날 이후로 여자가 되었을 겁니다

 

급하게 키를 돌렸습니다.

 

시동키를 암만 눌러도 시동이 안걸리네요

 

키링키링키링 꿀렁..

 

헐...

 

시동 끈 상태에서 불을 켜서 그런가..

 

방전인가.. 우왕 ㅠㅠㅠㅠㅠㅠ

 

 

 

 

 

총무형님이 발에 무슨 날개달린 부츠(+15강)라도 신었나 뭐 날아오네요

 

클러치잡고 존내 스로틀을 강제로 밀었는데

 

꿀렁거리기만 하고

 

아놔...

 

그러다 푸드득 푸드득...

 

그래서 냅다.. 진짜 냅다 1단에서 스로틀을 이빠이 땡겼습니다

 

오토바이에서 이런 굉음이 나면서 이렇게 천천히 달리는 경우는...

 

오토바이를 상하게 하겠죠? ;;;;;;;

 

그러니까..

 

덕후형 미안해 ;;;;;;;;;;;;;;;;;;;;;;;;;;;;;;;;;;;;;;;; 이제 고백할께...

 

 

 

 

 

 

 

 

 

 

 

 

 

 

 

 

 

 

총무형님은 간발의 차이로 저를 놓친 셈이었죠

 

뒷자리의 여친이 절 얼마나 세게 껴안고 있는지

 

흉부압박으로 인한 다중골절 및 산소결핍으로 먼저 죽겠더군요

 

진짜 간발의 차이로 도망가게 되었죠...

 

부다다다다다다아랄알아랑랑라알ㅇㄹ알알알알알알알

 

이러면서..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기어 변속도 못하고 한참을 갔습니다..

 

날개달린 장화도 기름엔진 앞에선.. 쩝..

 

여튼.. 그렇게 탈출하고 나니까...

 

그리고 나니..

 

뒤에서 여친이 긴장이 풀린 듯...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데

 

아...

 

이건 흉포한 용과 맞서 싸워 이기고 공주를 구해낸 기사의 심정..

 

이라 쓰고 현실은 존내 맞고 도망가다 우연히 공주를 구해 도망치는 꺼벙한 도시의 남자 ;;; 이라고 읽는다

 

여튼...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

 

계속 코에서 피가 나는 것 같더군요

 

어디 오도방구를 세워야 하는데

 

앞도 잘 안 보이고

 

아... 이게 뭐 천장지구도 아니고

 

이래선 앙돼..!!

 

그러면서.. 도로를 조금 달리니

 

마침 불을 켠 주유소가 보입니다..

 

주유소에 가니..

 

헐.. 제 꼴이 진짜

 

이건 며칠전에 총무 형에게 맞은 것은 아주 애교더군요

 

사실 피가 너무 흘러서..

 

주유소 아저씨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이름모를 주유소~♬ (-_-)

 

한밤중에 피칠갑을 하고 오도방구를 타고 나타났으니..

 

제가 넘어졌다고 둘러댔죠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고보니

 

사실 별로 다친건 아니고

 

피만...

 

 

 

 

어쩌면 코뼈가 부러졌을지도..

 

아싸 콧대세운다~~ (응?)

 

 

 

 

 

 

 

 

 

 

 

 

 

 

 

뭐 간단히 씻고... 여친은 계속 울고..

 

주유소 아저씨는 오토바이 타다 사고나서 그런거라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자빠졌다고 했쥬..

 

아저씨가 뭐라뭐라 그랬는데.. 뭐라 그랬는지 잘 기억나진 않고...

 

기름을 만땅 넣은 후에 출발을 했습니다

 

이 밤에 얼굴섬은 좀 그렇고.

 

서산까지만이라도 나가서

 

거기서 숙박을 할 셈이었죠

 

여친은 끝도없이 울고

 

그러면서도 저에게 고맙다고

 

너무 고맙다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저는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아니 한방에 걸리네!

 

... ;;

 

시동을 걸고..

 

조용히 도로를 달렸습니다...

 

 

 

 

 

끝 아닙니더

 

 

 

여친을 태우고 다시 도로로 달리는데

 

안개가 많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암흑지대였습니다

 

큰 도로로 나오니 가로등이 있어

 

그나마 보이더군요

 

헤드기어는 여친이 썼기에

 

저는 그 바람을 다 맞으며 갔는데

 

눈가는 따갑고

 

폐에는 물이 들어차는 것 같고

 

여러모로 쉽지 않더군요

 

온 몸이 꿈꿈해지는데

 

얼굴섬을 나가야 하는데

 

이 얼굴섬에서 나갈 수가 없더란...

 

뺑뺑이 도는 것 같은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뺑뺑이 돌다가

 

제 옆으로 휙 지나가는 차량을 봤는데

 

언듯

 

그 차가 카렌스인것 같기도 했고

 

운전자가 절 쳐다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제 뒤에서 갑자기 끼이이익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뭐가 부아아앙 하고 쫒아오는 느낌도 들었죠

 

그러니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꿈이었으면 지금쯤 누군가 킥을 했을텐데

 

아무래도

 

아무래도 말입니다

 

저는 스로틀을 급하게 잡아당길 수 밖에 없는 도망자 신세인가 봅니다

 

그리고 번개처럼 CBR 250이 튕겨져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거의 걷힌 시점이지만 여전히 도로는 안개가 짙었습니다

 

다행히 차는 거의 없었고

 

속도계가 80키로가 나올정도로 빨리 달렸죠

 

뒤에 동행이 있으니 더 빨리 달릴 자신도 없고

 

헤드기어가 없어 도저히 눈을 가늘게 떠도 감당이 안 되더군요

 

코너를 빨리 돌기도 힘들고

 

그런데 카렌스 그 녀석은 순식간에 따라잡더군요

 

 

 

 

 

 

 

 

 

 

속도를 줄이면서 골목길로 들어갔습니다

 

골목이 좁아서 완전 처박을 것 같았지만

 

어떻게 그걸 돌았는지...

 

어쨌든 돌았습니다

 

돌겠네요

 

네..

 

돌았네여.... (응>?>?)

 

 

 

 

 

 

 

 

 

 

 

 

 

 

매우 좁은 골목에도 불구하고

 

그 좁은 구석으로 차를 몰고 쫒아오더군요

 

동네는 매우 작아서 오도바이로 살살거리면서 간격을 벌렸습니다

 

그리고 주 도로로 냅다 나가서 다시 도망쳤죠

 

하지만 도로가 하나뿐인지라 금세 따라잡히더군요

 

어쩌다 보니 얼굴섬을 벌써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눈이 빠질 것 같더군요 볼은 화끈거리는 정도를 이미 벗어났습니다

 

숨을 쉴 수 있는게 아니더군요.. 그 속도로는

 

이를 깨물고 겨우겨우 숨을 치아 사이로 몰아 쉽니다

 

아까 다친 팔과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그래도 어떻하겠습니까

 

여친은 그냥 절 꽉 붙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저 차를 떼어놓을 수가 없네요

 

이렇게 꺾든 저렇게 꺾든

 

백밀러로 계속하여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입니다

 

 

 

 

 

 

 

 

 

 

 

 

 

이제는 웬지 제가 지칠 때 까지 끌고가려는 모양입니다

 

적당한 속도로 계속 쫒아옵니다

 

마치 공군부대 활주로에서 오리잡는 애들이

 

스쿠터를 타고

 

활주로에 난입한 고라니를 잡듯

 

고라니가 지쳐 쓰러질때 까지 택트를 타고 쫒아가다

 

쓰러지면 그제서야 내려 샷건으로 머리에 대고

 

탕~

 

이런 기분으로 쫒아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체 오토바이를 잘 타는 사람이 아닌지라

 

도저히 쫒아낼 수가 없습니다

 

쌍라이트를 계속해서 켜대니

 

백미러를 꺾어 버렸습니다

 

여친은 숨죽이고 저에게 꽉 안겨있고

 

저는 잡힐 수 밖에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

 

그냥 비트에서처럼...

 

확 맞장이라도 뜰까...

 

 

 

 

 

 

 

 

 

 

 

 

 

 

그래봐야 결국 이혼녀랑 만나게 될 수순이니..

 

그냥 비트는 개뿔..

 

저와 여친은 메모리 카드를 품에 안은 채

 

계속해서 서산을 향해 달립니다..

 

뒤에서는 총무 형님이 느긋하게 절 따라오고 있고요

 

그 때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크게 외치면서 뒤에 있는 여친에게

 

가방에 있는 것 중에 다시 사도 되는 것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워낙 크고

 

여친은 헤드기어까지 쓰고 있어서

 

잘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화장품 있는거 죄다 뒤로 집어던지라고 외쳤습니다

 

그녀가 그 말은 알아듣더군요

 

그리고 나와 여친 사이에 낑궈놓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더니

 

갑자기 외치는겁니다

 

오빠 이거 샤넬인데!!!

 

 

 

 

 

 

 

 

 

?!?!?!?!

 

 

 

 

 

 

 

아니 그건 말고!!

 

그래서 샤넬 말고..

 

얼굴샵이나 뭐 저렴한 제품들.. 썬크림 이런것들

 

뒤로 던지더군요

 

갑자기 뒤에서 끼이익~~

 

하면서 제 등 뒤를 비추는 쌍라이트가 사라졌습니다

 

놀래서 급브레이크를 밟은 모양입니더..

 

얼른 스로틀을 당겨서

 

부르르르르르르르르릉 달립니다

 

다시 곧 쫒아오겠죠

 

이게 뭐 영화도 아니고 액션소설도 아니고. ㅋ

 

여튼 갈림길이 나오길래

 

뒤에서 볼까봐 헤드라이트 꺼버리고 얼른 갈림길로 돌아 들어갔습니다

 

(미등은 켜지더군요 그건 몰랐단 ;; 두문자 디 를 너무 많이 봤단..)

 

서산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도저히 이렇게는 서산으로 갈 수는 없을 것 같고

 

웬지 갈림길이 많이 나올듯한 소로로 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헤드라이트를 끄고

 

거의 감으로.. 여기저기 농촌길 사이로 달렸습니다

 

한 동안 도망갔습니다

 

아... 따돌렸나..

 

하긴... 완전 인적없는 곳으로만 다녔으니..

 

탈출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다시 도로로 나가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갑자기 여친에게 막 전화가 옵니다

 

그 자식입니다... 총무형님..

 

여친이 전화를 안 받고 있자...

 

계속 전화가 오다가.. 갑자기 소리가 안 나네요

 

 

 

여친 폰이 전화기를 받으면 안테나가 지이이잉 올라오는 삼성폰이었는데

 

그게 은근 배터리 많이 잡아먹더라고요

 

그래서 전화기 배터리가 앵꼬난거였음!!!

 

여친 폰도 꺼지고..

 

그래서 저는 여친에게...

 

메모리를 확보했냐고 물었죠

 

그렇답니다..

 

그러면서 메모리 두 장을 보여줍니다

 

아.. 이놈의 메모리 때문에...

 

우리가 오늘 한 고생이 얼마나 거지같은 거였는지..

 

아..

 

 

 

 

 

 

 

 

덕후 형님의... 바이크는.. 진짜 죽을똥 살똥 했을거임.. (읭?)

 

역시 여자와 바이크와 카메라는 빌려주는게 아닙니더..

 

 

 

 

 

 

...

 

 

 

 

 

 

그 추운 늦가을의 밤에도 모기는 있더군요

 

우리는 오도가도 못하고 서로의 체온에 맡기고 추수가 끝난 논두렁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온 얼굴이 얼얼하더군요

 

맞은 모든 곳이 욱씬거리더군요

 

여친도 엄청 많이 넘어지고..

 

아.. 진짜 오늘 하루는

 

무슨 .. 이렇게 힘든 하루라니..

 

액션영화의 반의 반도 안 찍은 것 같은데

 

몸이 물먹은 솜마냥 축 늘어져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그대로 체험하게 합니다..

 

그러다...

 

여친의 품에 안겨 잠시 잠들었습니다

 

 

 

 

 

 

 

 

 

 

 

 

 

 

 

 

 

 

 

 

 

갑작스레 깨어난 것은..

 

눈 앞이 눈부셨기 때문입니다

 

여친은..

 

새벽이 될 때 까지

 

쿨쿨 자는 저를 안고

 

이렇게..

 

깨어있었던 것입니다

 

제 얼굴을 쓰다듬고...

 

제... 몸을 덥혀주며....

 

아...

 

땅바닥에서 자는 바람에..

 

몸이 말이 아닙니다만..

 

오늘은 대구에 가야 하쥬...

 

제 자취방으로 가기도 그렇고..

 

그녀의 자취방은 더욱 그렇고..

 

어디로 가야할지..

 

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불법이 슬금슬금 떠오르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처리하자면 우짜지..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총무형님이 침대 머리맡에 짱박아둔.. 수많은 여친들의 사진..

 

그것들이 증거로 남아 있으니..

 

그걸로 무마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우득거리는 몸을 펴고

 

바이크에 올라탑니다

 

여친은 저의 뒤에서

 

저를 꼬옥 감싸안고

 

우리는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저의 자취방에 도착한 후

 

우리는 씻고

 

총무형님의 메모리를 확인했습니다

 

지갑에 있던 메모리에 아직 그녀와 찍은 부끄러운 사진이 남아 있더군요

 

나쁜 놈 이런걸 뭘 간직까지...

 

그 메모리를 국방부에서 나눠준 복구 불가 프로그램으로 싹 지우고 포맷하고

 

그리고..

 

타이레놀을 두알씩 나눠 먹고

 

보일러를 쎄게 틀고

 

알몸으로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난리부르스입니더..

 

샤워하고 옷을 돌돌 말아입고

 

타이레놀 두알 더 먹고는..

 

전화기를 켰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총무형님 집에서 가져온 CD에 황미영이라고 쓰여진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익숙한 이름인데..

 

황미영..

 

황미영.... 대리?/.... (읭?)

 

웬지 관시미가 가서 CD를 집어넣고 그림파일을 클릭하면서

 

저는... 덕후형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덕후형님이 전화를 받더니..

 

 

 

 

 

 

 

 

 

 

 

 

 

 

 

 

 

 

 

 

"너... 혹시 바이크 타고 얼굴섬 갔냐?"

 

"헐.... 왜요?"

 

"지금 총무 금마가 얼굴섬에서 널 봤다면서 완전 난리야"

 

"헐... 무슨 말이에요"

 

"말하자면 긴데.. 여튼 완전 미쳤어"

 

"네?"

 

그러면서 저는 웬 여성의 나신이 드러난 그림파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너 그리고 총무녀석 숙소에도 들어갔다며?"

 

"네?"

 

"너.. 그나저나 지금 어디야?"

 

"지금요?"

 

 

 

 

 

 

저는 계속해서 헐벗은 몸뚱아리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계속 넘기다가

 

"형님.. 저 지금 전라도 목포에요"

 

"거긴 왜?"

 

"그냥... 제주도 가려고요"

 

"왜?"

 

"학교 휴학하고.. 그냥 형님 오도바이 타고 그러다 보니... 제주도에 가고 싶더라고요"

 

"야! 내 오토바이는!"

 

"키는 제 우편함에 있고요.. 오토바이는 제 자취방 앞에 있어요"

 

"너 이새끼가"

 

"제주도에서 한동안 있을꺼에요"

 

"야! 야!"

 

그리고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CD들과 간단하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들을 얼른 챙겨서 여친과 함께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제가 윗쪽 골목으로 들어서자말자 제 자취방이 있는 골목으로 카렌스가 튀어 들어오더군요

 

CD안에는 덕후형이 찍어줬던 코스프레 하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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