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당직 후 불행의 전조

201x 가을, 기갑부대에서 상말이라서 하루 내내 근무를 서는 당직을 쓰고 있었음. 그런 중 새벽 4시쯤에 배에 가스가 좀 차길래 방귀를 뿡뿡 뀜.

작작 좀 껴 개샛기야, 날겠다 날겠어

으휴 ㅅ1팔 공기청정기 필터 누런게 이새끼 때문이었네.

항상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시달렸기 때문에 배에 가스가 찬 걸 딱히 신경 쓰지 않았음.

그렇게 아침 9시에 당직 근무 교대를 한 다음 씻고 누워서 자려고 하는데

오전 10시가 되서 감자기 눈이 저절로 뜸 24시간 당직 서면 절대로 10시에 일어날 수가 없는데 😫😫😫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배를 만졌는데 뭔가 이상했음. 

아 뭐지 가스가 차거나 똥배 그런게 아님

그리고 그 생각하는 순간. 쿠구국~ 쿠구구국~ 아 진짜 뭐지 씹....

갑자기 배가 조오오오오오오올라 아픈거임.

그리서 화장실을 간 다음 변기에 앉자마자 쿠구구국~아 진짜 뭐지 왜이래 아~ 크흐어어억~ 아 이건 절때 똥배가 아닌걸 확신했음.

 

더군다나 화장실을 나오는 동시에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배가 또 엄청 아파오기 시작하는 거임.

너 뭐야?! 뭐 어디 아파? 

아 형 아니 행보관님... 아 진짜 저 아파서 그런데...

그래서 행정반에 가서 행보관님한테 의무실 좀 가야겠다고 했음.

참고로 기갑부대같은 경우 의무관이 부대내에 없기에(인원수가 중대당 20명 뿐)

엠뷸타고 옆 연대로 가야했음.
아저씨 일단 화장실 먼저 가볼래요? 제가 똥 20년 동안 싸봐서 아는데 이거 살짝 똥싸면 괜찮을껄요? 아가리 닥쳐요 제발!

그렇게 타 대대로 가서 의무관을 만난 뒤 진찰을 받아보니 하루내내 근무를 서서....

야 이거 그냥 복통이야 복통, 그냥 진통제 챙겨줄테니까 먹고 좀 자 임마. 가봐 빨리~ 나 듄 보러 가야해 휙휙~

배에 압력이 가해져 단순 복통이라며 진통제 하나 주고 복귀시킴.

불행의 시작

그렇게 다시 부대에 돌아와서 진통제를 먹고 바로 자려고 누움
그때까진 피곤한게 배 아픈것보단 더 컸기에 바로 잘 수 있었음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쿠우우으으우우웃
쿠우으으우우웃
10분뒤 아파서 깸
죽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배가 너무 아프고 온 몸의 사지가 하얗게 질려서 손과 발이 쥐가 날 정도였음
신호없음
신호없음
야 공유기 좀 껐다 켜봐 임마
이새끼 데이터 왜이래~
움직여보려고 했는데 뇌에서 연결 신호가 손과 발에 안가는 느낌을 인생 처음으로 느낌
그래서 급하게 행보관실에 가려고 했는데 발하고 손이 안움직여지니까 어떻게 했을거 같음?
혀어.....엉....
형...나 진짜 죽을거같아..
굴러서감

죽을 고비 시작!

오직 살아야겠단 생존 본능 하나로 생활관에서 행정반까지 굴러온 나를 본 행보관은
컥.크...진짜..아.. 부들 부들.... 진짜 죽을거가타여..
당시 눈물 콧물 전부 흐르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날 보며 이건 뭔가 잘못됐구나 느꼈을거임.
그래서 행보관이 직접 앰뷸에 같이 탑승하여 군병원으로 긴급 후송가게 되었고

 

아저씨. 종이...랑..펜 있어요? 1
O?..왜요?
나는 가는 도중에 의무병 아저씨한테 펜이랑 종이 달라고 했음.
엄마아빠 사랑했다고 꼭 말해줘요 젭라 ...
컥...ᅲ크
...컥..
미정이 보고 사랑했다고도 좀..
유서쓰게.

 

그리고 그 이후 기억이 없는걸로 보아 아마 그 순간 기절했었을 꺼임
약간 정신이 돌아와보니 군병원에 도착해있더라고
응급환자로 취급되어 일단 담당 의무관이 와서 진단을 함
제가 환자 병사 많이 봐와서 아는데 이렇게 식은땀이 흐르고 열이 날 정도로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몇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어요.

 

그게 뭐죠?
근데 자기도 CT,MRI 같은거 안찍어보면 모르겠다고 하는거임
모르죠. 검사해봐야 해요
세가지 유추하려면 검사해야한다구요
그래서 CT찍어보고 결과를 본 다음 수술을 해야할것 같다고 하는데
그럼 일단 상태가 심각해보이니까 바로 검사하고 수술해야하면 진행해주시죠

 

근데 군병원 시스템상
결과는 내일 나올껄요?
결과 나오는게 하루이상이 걸린데. 골때리는거임
흐어허으으하아항..
부들부들.
크으허허으응..
죽을만큼 아픈데 어떡하라는건지...
근데 갑자기 행보관이 야! 효찬아.

너 일반병원 갈래?

일반병원 갈래? 라고 물어보는거임
근데 갑작스러운거라 휴가가 짤릴 순 있어
으..가..가면 바로 알수 있..나요?
가 봐야 알지. 일단 내가 아는 병원이 있어
가볼래?
그렇게 행보관이랑 얘기하던 중에 의무관이 끼어들면서
잠깐스탑. 스탑은 영어로 멈춰라는 뜻인데요

일단 말처럼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 보고부터 하셔야 될 건데요?
저희 신분이 민간인도 아니고 군 신분으로..

 

그럴거면 일단 보고부터 해야한다고 하는거임

 

그러자 행보관이

그건 내가 알아서 합니다!

라고 의무관한테 딱 말함..!

일촉즉발~ 행보관의 실행력~!

그러곤 다시 나에게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봤고.

효찬아 어떻게 할래? 이거 단순한 복통일 수도 있고 수술할 수도 있어
너가 선택해....
노..농구. 아니 일반 병원 가고싶어요...

오케이

일반 병원 가고 싶다고 말함

그렇게 나는 행보관님과 일반병원을 가게 되었고
어엇 어쩌죠~ 진료를 보려고 했는데 담당의사분이 휴진이에여..;;

 

담당 의사가 휴진이래
그런데 간호사가 이거 맹장일수도 있어서 CT부터 찍자고 하는거임.
환자분.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을만큼 힘들겠지만 좀만 참아봐요..
하아..
맹장이 맞으면 수술 바로 해야한다고 하더라
딱 그 말 듣고 기억을 잃었음
Power Off
하루 내내 당직 + 체력과 멘탈이 나갔기 때문.

 

그렇게 몇시간이 지났을까? 간신히 눈을 뜨게 되었는데,
효찬아 이거 몇개? 어머머 정신이 드니?
앞에 부모님이 보이는거임
헛것이 보이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진짜로 우리 엄마아빠랑 중대장, 대대장,행보관 이렇게 줄줄이 병실로 들어오더라
어떻게 된거고 하니, CT로 찍어보니 터질까 말까하는 맹장이었던 거고
후다닥
빨리요!! 지금 앞에 대기중이에요.
터지면 큰 수술을 해야했었기에 휴진 중이던 의사를 급하게 연락해서 부른 뒤

수술을 진행했던거라 함
환자 어딨어요!!
키잉~아빠 내랑 놀라켓는데..에..
바로 수술 세팅해요!!
아, 그전에 딸래미 좀 봐줄사람!!
근데 웃긴건 휴진 중이었던 의사가 올때 자기 어린 애 딸을 어깨에 들쳐매고 뛰어오셨다고 함
암튼 그 이후로 난 행보관을 다르게 보게됨

그건 내가 알아서 합니다.

역시 짬밥에서 나오는 말과 경험은 다르고 사람다운 부사관이구나 싶었음
그렇게 일반 병실에서 2~3일 있다가 부대 근처 군병원으로 입원했는데 단순 복통이라고 오진을 내린 의무관이 와서 사과를 아침 저녁 두번씩 찾아와서 하더라.


진짜 미안
아 내 단순 복통인데, 왜왔는데요.
진짜 미안 진짜~
그짝 말대로 진통제 먹으니까 좀 살거 같은데 왜 왔냐고요.
일 주일 정도 매일 오면서 진짜 미안하다고 하더라. 진심 화가났지만 살아남았기에 걍 넘어감
생각해보셈 내가 만약 군병원에서 수술하려고 했으면
이미 맹장 다 터지고 난리도 아녔을거임

의무라는 이유로 청춘 2년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대한민국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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