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중1 때 일임. 당시 같이 놀던 애들 2명이 있었는데, 싹 다 씹 멸치에 약골이었음.
어휴.. 멸치 비린내😂😂😂 물론 나 포함(님들 제발 살좀찌셈😅)
툭 치면 부러질 듯 레알루 정말...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어....!😣😣😣
난 멸치가 아닌 인간이야!
말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자애들에게 무시받고! 여자애들에게 멸시받고!
나, 오늘부터 운동할 거야. 운동해서 '근육'을 만들 거야..!
어느 날, 진덕 군(14세)은 갑작스레 '멸치 탈출'을 선언함.
오이 오이~ㅋㅋ 운동은 인싸들만 하는 거 아녔냐고.
아무튼 진덕이의 각성에 이끌려 핑크 군과 나도 얼떨결에 운동을 시작하게 됨.
운동 장소는 아파트 뒤편 공터.
철봉이라던지, 싯업 보드라던지 웬만한 건 다 있었음😎😎
다만 그 시절엔 운동 알려주는 계란 동영상도 없었기에...
정자 세나 루틴 같은 건 알 턱이 없었음.
어우!!!
왜 난 팔 굽혀 펴기가 안되지?
평일 저녁 7시에 만나 8시~8시 반까지
팔꿈치랑 윗몸, 달리기 같은 맨몸 운동만 주야장천 한 거임.
철봉 있어서 턱걸이도 해봤는데 세 명 다 한 개도 못 당김😣😣😣

끄아아아아아!!!! 끄아아 아!!! 대롱대롱~😭😭😭

.... 일단 매달리기부터 연습해봐라.

철봉을 잡고 낑낑대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누가 뒤에서 훈수함;
턱걸이는 너희 레벨에선 아직 '무리'다

누.. 누구지..??

그 사람, 얼굴은 분명 어른인데, 키는 우리만 했음.

155~167CM? 남자치고 상당히 작은 키였음.
저... 누구시죠?
나?
그러더니 갑자기 철봉에 매달리더니 턱걸이 시작함.
그리고 진짜 정자세로 존나 빠르게 한 30개 당겨버림🤩🤩🤩

난, '우일석'이다.

그것이 우리와 사부님의 첫 만남이었음. 사부님은 톨킨 소설에 나오는 드워프 그 자체였음.
키는 작은데 피지컬이 씹 괴물 임. 팔도 목도 다리도 짧은데, 존나 두꺼움. 등짝이랑 찌찌도 태평양 급이고 칼로 찔러도 안 들어갈 것 같았음.😱😱😱
주먹에 굳은살이 박였는데 레알 코뿔소 가죽 그 자체임... 키 공익으로 동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사부님은,

중학생 때 괴롭힘 당한 이후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함.

무신 이우석

복싱, 유도, 공수도 등 안 해본 격투기가 없는 운동 중독자에다 인간병기였음.
운동 끝나고 몸풀기 겸 공터에서 운동한다고 함.
... 너희들, 강해지고 싶나?
ㅇ... 예!
강해지고 싶습니다!

휙~.... 그럼 지금부터 달린다. 에엣...? 잘못 들었습니다?

무(武)의 신은 엄청 짠돌이거든. 이거 저거 갖다 바쳐야 비로소 겨우 뭔가를 얻게 해 주지.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애송이들... 그리고 우린 줫됐다는 걸 뒤늦게 깨달음.
매일매일 개빡세게 굴림. 완전 스파르탄 식이었음.
아직도 기억나는 게 스쿼트 300개 채우기 전까진 집에 안 보냈음😫😫😫
살려줘어!!!!
다리에 감각이 없다앗!!!
그전까진 밤늦게까지 게임하다 자고 그랬는데,
사부님이랑 운동하기 시작한 후부턴 집에 가자마자 쓰러져 처자게 됨.
아침마다 근육통 때문에 일어나기도 힘든 건 덤이고...
끄아아아악!!! 저릿저릿

싸부님...
그렇게 운동한 지 3주쯤 됐을까.

저, 싸우는 법을 알려주십시오!

갑자기 핑크 군이 싸우는 법을 알려달라고 함. 소심했던 핑크 군은 같은 반 A라는 애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것...
... 이것이 정권이다. 사부님은 주먹 쥐는 법부터 가르쳐 줌. 우린 그래플링 기술도 배우고 하루에 100번 감사의 정권지르기!!

뛰기 전에 항상 킥이랑 펀치 같은 동작을 100번씩 하게 됨.

사부님..

지금 생각해봐도 참 착한 형이었음.... 나이 차이 꽤 나는 동생들 운동 가르쳐주고...

싸부님 펀치! 싸부님 펀치!!!

(여담인데 실제로 '싸부'라고 불렀음😏😏)

가끔씩 운동 끝나고 편의점 데려가서 컵라면이나 음료수 사주고, 주말엔 우리 데리고 등산도 함.
사부님한텐 뭔가 확고한 철학 같은 게 있었는데,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항상 우리한테 진지하게 이야기해줌. 난 이때 난생처음으로 누군가를 존경하게 됨.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음...

힘들게 운동한 다음, 욕실에서 차가운 물을 맞으면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음.

자기 전에 거울 보면서 쉐도우 복싱하고🤣🤣 슉슉~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자면서 짝사랑하던 여자애 앞에서 졸라 멋있게 싸우는 상상하고😍😍😍

슬슬 살이 오르면서 힘도 세짐. 그전까진 팔씨름 최약체였는데, 어느새 반에서 2등이 되어버림.

이대로 가면....

지상 최강의 사나이가 되어버릴지도..?

그리고 3달 후, 하산해라... 사부님은 '소집해제' 및 '복학 준비'를 이유로 제자들에게 하산을 명함.

싸부...!

내가 없어도 너희들은 성장할 것이다. 가슴속에 열기를 간직하고, 

끊임없이 정진해라.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사부님은 떠났지만

우린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음. 방학에도 꾸준히 함.

꾸준히... 그러던 어느 금요일 저녁. 핑크 군이 눈에 밤탱이를 단 채 등장함.

오이 오이... 어떻게 된 일이야 핑크군..?

 

드디어 A한테 한방 먹인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당시 핑크 군은 A의 졸개인 애랑 같은 학원을 다녔음.

그 졸개도 A에게 괴롭힘 받는 핑크 군을 평소 만만하게 봤던 거임.

시비 걸려서 쉬는 시간에 존나 치고받고 싸웠다고 함.

아ᄏᄏᄏᄏᄏ 시~원하네😍😍🥰🥰🥰😘

참 교육은 인정이지😛😛😛

근데 그때 누가 핑크 군을 부름. 핑크 군이랑 싸웠다던 그 녀석이었음.

역시 여깄었구나 핑크. 뒤질 준비는 됐냐?

핑크 군이 학원 끝나면 공터에서 운동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임.

게다가 뒤에 2명 데려옴. 딱 봐도 껄렁껄렁해 보이는 놈들.

그중 한 명은 A였음. 당연한 거지만 난 진짜 쫌.

그때까지만 해도 누구랑 싸워본 적은 없었으니까.

핑크 방학이라고 요새 나한테 안 맞았지?

오랜만에 교육 좀 시켜줘야겠...

A가 뭐라고 하는데 핑크 군이 갑자기 가드 올림🤖🤖🤖

보일 리 없는 남자의 형상이...? 코이츠... 혼모노다.

상대편도 진짜 당황함😨😨

저.. 저 새끼 뭐하냐? 이 줫밥새끼가..!!!

A가 다가와서 딥킥날리는데핑크 군은 바로 원투로 응수함.

내가 알던 그 찐따 같던 핑크 군이 맞나 싶음😳😳😳

이, 이게 돌았나!! 그리고 누가 멱살 잡았는데

진덕이가 바로 떼어냄. 시발.. 니들은 좆됐어. 형들 지금 여기로 오고 있거든?

각오해라 진짜. 그 말끝 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누가 걸어옴.

고등학생이었음. 2명. 형!! 와줬구나!

저 새끼들이야!

알다시피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체격 차이는 어마어마함.

완력으로 상대가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야. 니들이 얘 얼굴 이렇게 만들었냐?

손에 땀 존나 남.

다리도 막 떨리고 '좆됐다'란 생각밖에 안 듦.

씨발, 대답 안 해?그러더니 다짜고짜 우리 뺨을 때렸음.

나도 맞았는데 순간 눈앞이 새하얘짐.

야. 딴데로 가자. 여기 아파트 뒤잖아. 재수없으면 짭새뜬다.

니들, 따라와.

만약 사부님이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텐데

하지만 사부님은 이제 오지 않는다...

내가 만약 사부님이었다면... 사부님처럼 강했더라면....

어이~응?

그때 누가 우리를 부름. 아파트 2층이었음.

겁먹지마라. 내가 왔다. 사부님이었음.

공터 뒤 아파트에서 살고있었던 거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ᄏᄏ

고딩들은 스승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했는데,

뭐야, 이 난쟁이는?

너 뭐냐?

작은 키를 보고 바로 무시함.

나는 기관사다.

기관사?

지옥행 특급열차의 기관사.

너흰, 지옥으로 간다. 뭐..뭐라는거야!!

진짜 이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스승님은 고딩이 날린 주먹을 손으로 쳐냄ᄏᄏ

멋진. 방어술~ 댕겅~

끄아아아아아!!! 내 팔!!!!

뭐하는 짓인고?

무슨 만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그대로 레알..😎😎😎

그런 주먹으로는 파리 한마리 못죽인다구.

내가 보여주지. 진짜 주먹이란.. 그리고 한대치는데 무슨 절굿공이로 닭뼈부수는 소리가 남;

이런거다.

씨..씨발!! 이새끼가!!!

자넨 복싱을 수련한 모양이군. 주먹에 힘이 실려있어.

하지만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일 뿐.

그것은 무(武)가 아니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그냥 일방적인 학살이었음.

키 차이, 쪽수 차이는 무의미한....

사부님은 그 짧고 굵은 몸으로 엄청난 속도로 고딩들을 뚜까 패버림.

일가실각인데샤앗!!!

거의 한개 소대급 전투력을 가진 드워프의 주먹질에 전투는 순식간에 종결.

핑크군은 A한테서 사과를 받아냄. 지금까지 괴롭혀서 미안하다...

돌아가는 길, 사부님은 해장국을 사줌.

훌쩍...훌쩍 😭😭😭 울지마라.

사부님은 식당에 있던 어른들 중 가장 작았지만, 그 누구보다 커보였음.

그 뒤로 핑크군과 나는 사부님이 다니던 체육관에 등록함.

난 중학교 졸업하면서 그만뒀는데, 핑크군은 그 체육관에 쭉 다녔고... 지금은 씹헬창이 됨.

인스타에 지 몸 사진만 주구장창 올리던 그녀석이, 오늘은 사부님이랑 클라이밍하는 사진을 올림

생각나서 연락해보니까 지금은 결혼해서 애 아빠 됐다고 함.

크으...지금 생각해도 진짜 멋있는 사람이었는데.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네.

이것도 나름 이야기가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썰을 풀어봄.

난 그 시절 사부님한테 크게 배운 것 세가지가 있음.

첫째. 주먹에 굳은 살 박힌 사람 건들면 좃된다는 것.

둘째.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셋째. 사람은, 사람에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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