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와이프가 나랑 결혼한 이유 우연히 들음
와이프는 소위말하는 스펙녀
외모 좋고 몸매 좋고 자리관리 잘하고 집안도 좋고 직장도 좋고 그런 여자.
난 고아원 출신 고졸에 선반금형 깎는 생산직
각종 자격증 따고 입상도 하고 무식하게 쇠만 깎는 건 아니라 설계 제작 가능하지만 주변인들은 쇠 깎는 공돌이. 더 늦으면 안 될 거 같아 일하면서 야간대학 다니면서 피눈물로 나는 고생으로 대학졸업 했지만 그래봐야 나도 쇠 깎는 공돌이 임

연봉은 4-6천 사이(일감에 따라 다름)
이 업계일하는 거치고는 상위권이긴 해도...
와이프 처음본건 설계변경으로 공장 찾아왔을 때 당시도 지금도 와이프는 반도체 1차 밴더 거래처 직원
정말 개떡 같은 요구와 정밀도를 이런 공장에서 왜 그런 걸 요구하는지.... 더 잘하는 곳 가던가!!!

하지만 큰 거래처여서 눈물 흘려가며 일함
덕분에 야간은 밥먹듯이 했고 꾸역꾸역 요구한 설계에 맞추어서 납품
덕분에 큰 거래처와 계속 거래했고 일 잘하고 불평불만 없이 납기일 맞추어서 거래한다는 와이프의 소개로 거래처가 늘었음

덕분에 그전에 한 달을 위해 아무거나 주먹구구식으로 하던걸 큰 거래처 몇 개만으로 꾸준히 먹고살게 되었고 은인이었던 샘 덕분에 따로 독립도 할 수 있었고
물론 지속적인 물품의 설계도면은 극악의 정밀도를 요구했지만 할 수밖에 없었음

몇 년 동안 거래처 직원과 하청의 관계였고 꾸준히 얼굴 보고 연락하고 만남을 가졌지만 한 번도 와이프랑 썸은 상상도 못 해봤음 너무 볼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음
난 당시 격무로 피부망 외모가 머리 털 거의 다 빠진 민대머리 까마귀였고 와이프는 우아한 백조

까다로운 여자 성깔 있는 여자 드라이한 여자. 아예 나랑 노는 세계가 다르구나라고 정하고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로 지냈음
5년을 그런 사이로 지냄. 공적인 업무 외의 사적인 전화 톡 문자 하나 없이 아쉬운 것도 하나 없었고 오히려 연락을 때마다 또 뭘 얘기하려나 공포감마저 들었을 정도
연락 오는 게 싫었음ᄏ

그 5년 동안 설계대로 해도 극성맞은 요구에 질렸고 무서웠음 한 번을 그냥 오케이 한 적이 없었고 일은 아는 여자가 경력이 쌓이고 본인도 열심히 공부한 터라 업계 전문가 다돼서 아주 골 아픈 그런 사람이 되었음. 솔직히 와이프도 사람이고 실수도 했었음. 지시전달 과정에서 몇 번 좀 사고가 있었고 규모가 있고 고정밀 도을 요구하는 고품질의 물건이라 한번 터질 때마다 영혼이 갈려나갈 정도로 일에 매진했던 터라
불량 터질 때 현타 오긴 했음

막말로 당시 직원 와이프 탓하고 니 책임이다 시전도 하면 될 상황이 있긴 했었는데
난 와이프가 무서웠음
갑 을 이었고 이미 터지고 난리난 상황. 책임전가나 원인을 누구 탓한다고 그 상황이 해결되는 게 아닌 것을 알기에 수습하고 재발방지하고 다음상황을 생각했음
물론 나만 조까 깨지긴 해도 와이프도 회사 가서 욕먹을 거 이거 뻔히 아는 상황에 나까지 총질하기 싫었고 감당할 자신도 없었음 무서웠음

당시도 그렇게 천둥번개를 동반한 태풍을 견딘 후 상황에 뜬금없이 주말에 뭐 하냐고 시간 되냐고 하길래
난 바쁘다고 일해야 된다고 거절했었음
그리고 또 몇 주 뒤에 만나보자고 하길래 저게 약 먹었나 싶어서 일핑계 대고 거절. 사실 바쁜 건 맞았음
일이 없을 땐 없지만 바쁠 땐 겁나 바빠서 낮밤이 없을 때가 많았음

하지만 만나기 싫은 것보다 거래처 갑이라는 생각에 어색함 거부감과 공포감이 심했음
나보다 잘나고 능력남 회사에 넘치고 얼마든지 만날 여자가 끼리끼리 놀지 왜?라는 생각 다 들었고 그러다가 계속된 거절도 민망했고
이런 갑의 사람은 어떻게 먹고 노는지 궁금해서 만나고 만남을 이어갔고 지금의 처가의 극렬한 반대에도 와이프가 총대 메고 다 돌파해서 결혼까지 하게 됨

지금은 처가살하면서 처가랑 사이좋음(처가살이가 조건이었음 당시 와이프랑 나랑 산 아파트가 있었지만 그거 아니면 안 된다 하시길래 그래서 그거 전세 들리고 올해 초에 와이프가 팔아버림. 팔기 전에 독립하고 싶지 않냐 물어보는 거 난 별불만 없다고 해서 팜)
물론 결혼해서도 와이프는 여전히 직장 다니고 여전한 거래처 갑과 을의 사이지만 어제가 4주년 결혼기념일이라 술 마시면서 이야기도중 나랑 결혼한 이유를 들음

몇 년 동안 꾸준히 거래하면서 그 어떠한 요구 컴플레인에도 단 한 번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불평불만이 없었고  와이프 본인실수로 인한 불량건도 몇 번 있었음을 알았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다 내가 덮어쓰는 모습에서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나는 자길 지켜주고 옆에 있어줄 유일한 남자라는 믿음이 생겨서 사귀는 것 이전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함

뜬금없긴했지만 알고나니 신기한 이유라고 생각들어서 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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