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다시금 바쁜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리팀은 사업 확장으로 인력난이 극심했던지라 전체 20명의 신입사원중

 

3명을 긴급 수혈 받아 즉시 배치한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곧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출근하자마 인사부서의 호출을 받고 부리나케 찾아가자

 

'xx씨, 이번엔 특히 인재들이 많이 오셨으니 잘 부탁해요.' 라는

 

인사부장의 말과 함께 인사프로필과 신입사원들을 인계받고 부서로 돌아왔습니다

 

간단한 출신이력이 적인 인사부서의 메모를 보니 다들 기본스펙이 훌륭한 친구들로

 

특히 '정xx'라는 S여대출신은 깜찍한 외모로 연수기간 부터 사내에 소문이 자자했던 친구였습니다

 

 

 

그날 회의실엔 신입사원들의 간단한 소개가 있었고 팀장이 한말씀 합니다

 

'이xx, 김xx 두분은 G거래선 영업인력으로 전부 배치합니다'

 

'에..그리고..'

 

팀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 나를 힐끗 바라보며 다시 말을 잇습니다

 

'xx씨 요즘 H거래선 혼자 대응하느라 힘들지? 정xx 잘 지도해 줘요'

 

정xx는 나를 똑바로 보더니 깍뜻이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당차게 인사합니다

 

'xx 선배님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정xx의 유난히 까맣고 큰 눈과 깊게 패인 보조개로 활짝 웃는 얼굴을 본 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팀장이 좌중을 가라앉히며 저에게 말합니다

 

'xx씨 오늘 환영 회식해야지..'

 

'...'

 

 

 

이게 사건의 발단입니다.

 

정xx의 유난히 까맣고 큰 눈과 깊게 패인 보조개로 활짝 웃는 얼굴을 본 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팀장이 좌중을 가라앉히며 저에게 말합니다

 

'xx씨 오늘 환영 회식해야지..'

 

'...'

 

 

이게 사건의 발단입니다.

 

 

*

 

 

퇴근 무렵이 되자 흩어져있던 팀원들이 하나 둘 사무실로 왁자지껄하게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제 돼지고기좀 그만 먹고 생선회나 킹크랩을 먹자는 팀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팀장 맘대로 회사앞 삼겹살 집으로 이동합니다

 

신입사원들도 첫 출근, 첫 회식이라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따라옵니다

 

부서 전통에 따라 폭탄주를 한가득 담은 쟁반이 도착하여 한순배 두순배 계속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한두잔 마셨던 폭탄주가 끝도 없이 돌자 신입사원들도 슬슬 불콰하게 취기가

 

올라 점점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날의 주인공격인 정xx는 끝없이 선배들의 건배 제의를 대작하며 의외로 강하게 버팁니다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됐지만 흐트러짐없이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챙겨야할 걱정거리가

 

사라진거 같아 안심이 됩니다.

 

이때 팀장이 한말씀 합니다

 

'이번 신입사원 받은 사수들 전부 기상!'

 

저와 몇몇 팀원들이 후들거리며 일어나자 주변에서 야유가 터집니다

 

'고참이 일어서면 같이 일어서야지 신입들 겁나 빠졌네~' 라는 소리가 나오자 마자

 

신입사원 3명도 덩달아 일어납니다

 

팀장이 3리터 피쳐잔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주워와 만든 단합주 한통이 우리 앞에 배달됩니다

 

내용물을 보니 소주와 맥주는 대충 알겠는데 그날은 스페셜하게도 김치와 마늘, 삼겹살도 들어있더군요

 

군대 짬통과 다를 바 없는 통을 들고 황당해 하는 신입사원들과 그옆으로 서열별로 죽 늘어선 선배들이

 

모두 정xx를 비롯한 신입사원에게 한마디씩 합니다

 

'정xx야..회사 생활 꽃피울려면 우리까지 넘어오게 하면 안된다..'

 

'정 못먹겠거든 들고 튀어버려 ㅋㅋ'

 

첫번째 신입사원이 기운차게 마시지만 울렁거림을 참지 못하고 GG를 칩니다

 

두번째 신입사원이 재도전하여 반쯤 흘려가며 1/3을 간신히 비웁니다

 

마지막 정xx 차례입니다

 

구역질나는 단합주통을 들고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대뜸 저를 보고

 

'사랑하는 선배님 흑기사 한번 해주세요~~' 라고 말하자

 

주변에선 야유와 함성이 동시에 쏟아 집니다

 

기왕 망가질거 기운차게 망가지자는 생각이 들어 잔을 받습니다

 

근데..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이때 정XX는 무슨 생각인지 국그릇을 들고 쓰레기통에서 술을 한가득 퍼내더니

 

'선배님 러브샷!!!' 을 외칩니다

 

분위기도 살리고 명분도 얻고 참 똑똑한 아입니다

 

그때 생각이 '요 기집애 나중엔 내 머리 꼭대기에 앉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팀원의 함성과 구호속에 단합주를 비웁니다

 

처음엔 이물질이 좀 신경쓰였지만 나중엔 먹을만 하더군요..

 

술통을 완전히 비우고 1차 회식이 종료됨과 동시에 제 기억도 종료되었습니다

 

생맥주집으로 이동하는 도중 팀장에게 법인카드를 건네 받은 기억과

 

중간중간 매캐한 담배연기속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팀장의 얼굴과

 

현란한 섹시댄스를 추는 정XX 와 신입사원들의 모습도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아마도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에 간거라 추측 되지만 정확히 어디서 뭘 했는지 뭘 마셨는지

 

또 누구와 함께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돌아 간신히 몸을 추스리며 눈을 뜹니다..

 

주변은 어둡기만하고 손에 잡히는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순간 방 구석의 미등이 살짝 켜지며 누군가 화장실에서 나옵니다

 

 

 

'xx선배 정신 좀 드셨어요?'

 

 

 

 

샤워가운을 입은 정xx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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