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호주에서 온 새아빠 마크씨

김명희 씨는 호주에서 온 남자 마크씨와 결혼해서 예쁜 가족을 만들었다. 첫째 딸 예원이는 마크씨를 만나기 전 명희 씨가 21살에 낳은 딸이다. 아빠 없이 자란 예원이에게 자상한 아빠가 된 마크씨.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흐르고 사춘기 소녀가 된 예원이. 그러던 어느 날 예원이에게 날벼락이 떨어진다.

만화책으로 엄마와 다투는 예원이

엄마 : 똑바로 안 해? 이게 뭐야? 책가방에 이게 왜 들어 있어? 

예원이 : 친구한테 빌려 왔어요.

엄마 : 책가방에 왜 책은 없고 만화책만 있어?

예원이 : 책 있었어요.

엄마 : 그 책은 어디에 있어?

예원이 : 숙제가 없어서 학교에 두고 왔어요.

엄마 : 말이 돼? 숙제가 없어? 학교에서 배우는 학습지는 비행기 만들고 만화책은 고이 넣어 오고? 네가 혼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지? 손 들어. 바짝 들어!

명희 씨가 단단히 벼르던 차에 딱 걸린 상황이다.

엄마 : 분명히 만화책 빌려 오지 말라고 말했어. 내가 봤을 때는 빌려 온 것도 아니야. 버려. 싹 갖다 버려!

엄마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엄마 : 대답해. 대답 안 해? 내가 찢어 버릴까? 버려? 파란 봉지에 버려? 이건 뭐야?

예원이 : 학습지요.

엄마 : 학습지가 왜 이래? 이건 버려도 되는 거야?

엄마 : 학습지 왜 안 풀어? 학습지는 비행기 만들고 만화책은 이렇게 넣어 오고?

기선을 제압해 보려는 명희 씨. 예원이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엄마 : 뭐 어떻게 하라고?

예원이 : 찢지 말라고요.

엄마 : 왜 찢지 마? 하나, 둘, 뭘 찢지 마? 학습지도 이렇게 만들면서 만화책은 왜 몾 찢어?

체육 전공자답게 명희 씨는 다정다감 살가운 엄마라기보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당찬 엄마다

아끼던 만화책이 찢기는 슬픔에 예원이는 눈물이 나오는 걸 애써 참는다.

엄마 : 분명히 숙제가 있어. 분명히 이야기했어. 알았어? 네가 숙제를 제대로 하고 행동 똑바로 하면 만화책 사 주지 말라고 해도 다 사줄 거야

만화책을 품에 앉고 예원이는 만화책과 눈물의 작별식을 한다.

13살에 마주한 부조리한 상황. 예원이는 더 이상 엄마와 대화하고 싶지가 않다.

엄마 : 솔직히 그런 생각도 해요. 예를 들어 지아와 제니아가 잘 컸어요. 그런데 예원이가 잘 못 큰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예원이를 무지할 까 봐 걱정이에요. 

엄마 : 언니를 무시할 만한 인성으로 키우지는 않겠지만 제가 살아온 세상은 제가 못나면 무시를 당하는 거였어요. 만약 예원이가 무시당하면 언제까지 아이들이 막아 주겠어요. 아이들도 지칠 수 있는 거잖아요. 관심이라는 것이 밥 먹었니? 뭐 하니? 하고 묻는 것보다는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인데 엄마 기분에 따라 어쩔 때는 되고 어쩔 때는 안 된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안 되는 건 절대 안 돼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빠 마크씨

마크 : 안녕하세요. 오늘은 행복해요? 

엄마 : 별로

마크 : 뭐가 별로야? 나 왔어

엄마 : 별로야

마크 : 왜 그래, 지아랑 제니아 혼냈어?

엄마 : 아니, 예원이.

엄마 : 가방에 만화책밖에 없잖아. 

마크 : 만화책밖에 없어? 예원이 왜 그래? 괜찮아? 뭐 해?

아빠 예원이 얼굴 보고 대화하고 싶어. 왜 그래.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었어?

괜찮아 힘내, 아빠가 엄마한테 설명할게. 울지 마. 예원이도 열심히 해야 해.

예원이 : 조심해요, 가방에 만화책밖에 없어서 엄마가 정말 화났어. 

마크 : 원래 부모님들은 그런 거 안 좋아해. 자식들이 정말 공부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해. 힘내, 일어나.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예원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 마크

마크 : 김맹, 할 말 있어. 예원이는 정말 예민한 성격이야. 너무 심하게 혼냈어요.

엄마 : 혼나야 해

마크 : 먼저 질문해야 해. 왜 만화책을 다 찢었어? 

엄마 : 만화책이 있으면 계속 보잖아.

마크 : 계속 안 봐, 어떻게 알아? 예원이한테 물어봤어야지.

엄마 : 질문했어. 가방 뒤지니깐 책이 없잖아. 

마크 : 어떻게 물어봤어? 가방 다 뒤졌어?

엄마 : 그래, 책이 없잖아. 숙제해야 하는 학습지는 비행기 접어 놓고. 

마크 : 알겠어, 우리 밖에 나가서 이야기해야 해 왜냐하면 예원이한테 다 들려.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큰소리를 내지 않는 게 마크씨의 원칙이다.

마크 : 예원이 벌써 6학년이야. 아이 아니에요. 열세 살이면 이제 청소년이에요. 호기심이 많을 때에요. 어떤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먼저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해요. 우리도 힘들지만 예원이도 너무 힘들 거야.

엄마 : 예원이가 잘못하면 지아랑 제니아도 잘못하니까 그렇지

마크 : 알아, 그래도 지금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괜찮아. 사랑할 시간을 줘, 알았지?

엄마 : 응

마크 : 제가 새아빠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예원이에게 사랑을 더 많이 줘야 해요. 왜냐하면 거리가 조금 있어요. 제가 예원이를 어릴 때부터 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잘해 주고 먼저 생각하고 대해야 해요.

마크 : 생각해 봐, 우리 딸 예원이 내년에 중학교 가요. 꿈이 뭔지. 열심히 하고 있는지 도와줄 건 없는지 이야기 많이 해야 해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사랑도 필요해요. 길이 많아요. 알겠어요?

엄마 : 응

마크 : 우리는 가족이니깐요. 많이 사랑해야 해요.

상처가 많은 명희 씨는 마크씨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배워가는 중이다.

다음날.

마크 : 예원이랑 같이 밖에 나갔다 와도 돼?

엄마 : 갔다 와~

마크 : 알겠어, 다녀올게.

엄마 : 빨리 갔다 와.

아빠바라기인 지아와 제니아를 어렵게 떼어놓고 예원이 방으로 들어가는 마크씨

마크 : 안녕

예원이 : 하이, 대디

마크 : 왜 그래. 예원아.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어?

예원이 : 라면 먹었어요.

마크 : 라면 때문에?

예원이 : 몰라요.

마크 : 기분이 안 좋아?

예원이 : 아니요.

마크 : 오늘 시간 있어?

예원이 : 네, 많아요.

마크 : 아빠랑 같이 갈래?

예원이 : 어디요?

마크 : 아빠 학교 동네. 엄마는 집에 계실 거야. 산책 조금만 하자. 한두 시간만.

언제부턴가 예원이는 아빠가 수호천사라는 생각을 했다.

마크 : 김맹, 이따가 봐.

엄마 : 갔다 와. 잘 갔다 와. 조심히. 

마크 : 바이 바이. 안녕.

예원이 :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누가 봐도 눈길을 끄는 다정한 부녀의 모습

마크라는 아빠 어딜 갈 때면 늘 손을 꼭 잡아주는 아빠가 생겨서 예원이는 행복하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아. 

마크 : 예원아 깜짝 선물이야.

예원이 : 네?

마크 : 우리 왔어.

예원이 : 어디를?

마크 : 우리 만화책 파티에 왔어

예원이를 만화책 파티 - 서울 코믹월드에 데려온 마크씨

마크 : 울어? 집에 가고 싶어? 

예원이 : 아니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기쁨이....

여기 올 때까지 한 마디도 귀띔을 해주지 않아 더 놀라고 기쁜 예원이.

예원이 : 정말 좋아요.

마크 : 정말 좋아? 그래, 알았어. 왜냐하면 예원이는 내 딸이니까 우리는 행복해야 해.

예원이 : 이거 꿈 아니죠?

코믹월드에 온 게 꿈이 아니냐는 예원이의 말에 귀엽게 볼을 때리는 마크씨

예원이 : 아니에요, 꿈 아니에요.

엄마가 일하러 가고 할머니도 식당에서 바빴던 다섯 살 무렵, 예원이는 만화를 처음 접했다.

그때는 글씨를 알지 못해 내용은 잘 알지 못했지만, 허전한 마음을 만화를 통해 달랬던 게 예원이가 만화에 빠지게 된 계기였다. 

마크 : 뭐 사고 싶어? 뭐 필요해?

예원이 : 정말로 사주실 수 있어요?

마크 : 괜찮아, 안 아파? 병원 안 가도 돼?

예원이 : 네 아직 쓰러지기 전이에요.

마크 : 예원이 심장이 정말 빨리 뛰어. 이마가 뜨거운데 우리 집에 가야 해?

예원이 : 아니요, 싫어요.

마크 : 이거 좋아? 알았어. 다른 건 뭐가 좋아? 저기 이거 하나 주세요.

흥분한 마음에 심장도 빨리 뛰고, 열도 나고 손까지 떨리는 예원이

마크 : 오천 원? 아빠가 사줄 께.

예원이 : 감사합니다.

마크 : 좋아, 병원 안 가도 돼? 감사합니다. 예원이가 정말 팬이에요. 이것 때문에 같이 왔어요.

아빠 덕분에 만화작가와 악수까지 한 예원이

예원이 : 정말 팬이에요. 

작가 : 고마워요.

예원이 : 아빠,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마크 : 괜찮아, 봉투 필요해? 예쁘다. 귀엽다, 신기하다. 안아줘 사랑해.

예원이 : 저도요.

마크 : 울지 마, 왠지 울 것만 같은 날이에요. 기쁨의 눈물.

밖으로 나와 은혼, 시유 등 코스튬 플레이어들과 사진을 찍는 예원이와 마크씨

마크씨가 선물한 또 다른 세상에서 예원이는 마음껏 행복해했다. 어제의 절말은 기억 속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마크 : 예원이가 그림 잘 그리고 좋아하는 거 알아. 

예원이 : (그린 그림) 많이 봤는데, 멋있어요.

마크 : 만화책도 좋은데 먼저 숙제를 다 해야 해. 복습도 해야 해. 아빠가 걱정해요.

예원이 꿈이 뭐예요?

예원이 : 작가예요.

마크 : 글 쓰는 걸 하고 싶어요. 

예원이 : 아마도요.

마크 : 그러면 국어를 좀 잘해야 해. 

예원이 : 저 국어 잘해요.

마크 : 사회도 잘해야 해.

예원이 : 은근히 잘해요.

마크 : 그리고 수학도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해.

예원이 : 망했어요.

마크 : 과학은 괜찮아요. 조금 필요해요. 성적이 좋으면 다른 거 공부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어. 다시 약속해.,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 해. 좋아. 잘 생각해 봐요.

지난밤. 마크씨 말대로 13살 소녀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복잡할 뿐이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