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당장 읽어야 할 책이 생겨 급히 서점에 갔다...
다행히 그 서점엔 찾던 책의 재고가 있었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서점을 나왔는데,
성가신 일이 발생했다.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니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서점 직원 실수로 무료 주차 처리가 안 된 것 같아 직접 결제를 하려는데
하얀 차 한 대가 주차장 출입구 쪽으로 들어왔다.
순서를 양보하고자 후진을 했는데 상대 차량은 꼼짝하지 않았다. 공간이 충분했는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운전에 서툰 사람인가 싶어
차를 좀 더 뒤로 배주는 도중 바박 하고 문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어라 닿을 거리가 아닐텐데?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운전석에서는 보이지 않던 곳에 철제 장비가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
내 차엔 그렇게, 꽤나 큰 흠집이 생기고 말았다.
집으로 향하는 내 머릿속에 구름이다.
상대 차량이 운전이 좀 더 능숙했더라면... 애초에 주차비 정산을 제대로 해줬더라면...
대체 누가 거기에 장비를 둔 거야 아니, 차라리 서점을 가지 말 했나?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우리는, 불행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따져보며 책임을 돌릴 가장 그럴싸한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이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의 수없이 많은 불행들이 모두 뚜렸한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었을리 없다.
20대 시절 연애에 실패했을 때도.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계속 만났을 텐데
그러나 술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뒤 알게 된 것은 사람 마음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특정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일의 인과관계에서 명확한 건 오직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뿐.
나머지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나 마찬가지. 이 안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요컨대, 불행을 가져온 원인에 집착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불행의 인과관계를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것 때문이 아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뿐이다.
그러니까 괜찮다.
탓할 누군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대신.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내일은 차를 수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