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여친과 메모리(1)

2020. 7. 14. 00:23

본의 아니게 연재글 씁니다.

 

그냥 오래된 이야기인데.. 한 10년 된 듯 합니다.

 

그 당시에 있었던 여친과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2001년이나 2000년쯤.. 언제쯤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 아마 2001년이라 생각됩니다. 그 때 저는 캐논의 G2라는 디카를 샀었죠

 

이 카메라는  플래쉬가 지원되는 녀석이라 420EX라는 플래쉬를 끼워서 도리도리 하며 다녔습니다.

 

제가 살던 대구에는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모임이 있었지요

 

저는 거기서 가장 어렸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D30인가 하는 녀석이랑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니콘의 D2X?

 

여튼 기억은 잘 안나지만 고속연사가 되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녔쥬

 

저만 컴팩트 디카...

 

출사 나가면 항상 얻어타고 다녔죠.. 돈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잘 봐주셨어요 ㅎㅎ

 

그러던 어느 날..

 

동호회에 저보다 한 살 어린 아가씨가 들어왔어요

 

정모때 나오더라고요

 

다들 학생은 없던지라... 술집에 모여서..

 

처음 그 아가씨를 보았는데, 심장 한 구석이 찌릿찌릿해지는 그 느낌

 

아.. 뭐랄까 정말 이쁘더군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다른 남자들도 모두....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그녀는 올림푸스에서 나온 4040Z인가 하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저의 G2와 비슷한 가격대에 경쟁모델이었죠

 

둘 다 서로의 기종을 볼 기회가 없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디씨인들이 서로의 기종을 서로 싸잡아 지랄하던 시절이었죠

 

저희들도 서로 궁금했기에... 그 자리에 앉아서 기종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알고보니 이 아가씨가... 애인이 있더군요. 동호회 총무 형이었어요

 

서브카메라로 2100라는 도촬전문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부러웠단)

 

그 형님이 이 아가씨를 데려온 겁니다..

 

그 모임 자리엔 총무 형님이 오질 않았는데.. 어떤 분이 남자친구 없어요? 물어봤을 때 순순히 대답하더라고요

 

아.. 젠장. 저는 그 당시 대딩이라서 .. 도저히 회사원의 재력에 당해낼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도 대딩...

 

서로의 카메라도 둘러보고

 

몇 마디 더 나누곤 했습니다

 

그녀랑 이야기 해보려는 다른 남자들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금방 다른 자리로 옮겼지만

 

그녀가 절 자꾸 흘깃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이래저래 마음이 싱숭생숭하더군요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그녀에게서 나는 독특한 비누향기 비슷한 냄새가

 

제 코에서 아른거리더라고요

 

아..

 

그날은 어떻게 잠을 잤는지..

 

뒤척이다 깨었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인터넷에 접속했죠

 

그 당시 저는 두루넷이라는 인터넷을 사용했는데 초당 50KB나 나오는 아주 획기적인 녀석이었습니다

 

(원룸이라서 그거밖에 안 들어오더군요)

 

이래저래 느릿느릿 인터넷을 검색하며

 

진주희 동영상이 10메가씩 잘려서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십조각으로 나누어진 이 압축파일들을 받기 위해

 

하루를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문자가 왔습니다.

 

총무 형님이 번개하신답니다.

 

어쩐지 기분이 좋습니다.

 

웬지

 

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서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를 타러 나갔습니다.

 

 

약속장소가 시내였어유.. 그 당시에는 지하철 2호선 공사한다고 (대구) 길이 정말 거지같았죠

 

청룔열차 타는 기분으로 펄떡거리면서 가는데

 

웬지 모르게 덜덜 떨리는 겁니다

 

아...

 

내가 10살 먹은 초딩도 아니고

 

왜케... 상상만으로도 떨리나

 

그러다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약속장소에 걸어가는데

 

커피전문점(이름이 기억안남)의 문을 딱 열고 들어가는데

 

 

 

 

 

 

시커먼 남자 넷이 있더군요

 

"어~ 왔냐?"

 

총무형님의 반가운 미소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그래..

 

그럼 그렇지..

 

그녀가 있을리가 없지 ㅋㅋㅋㅋ

 

이러면서 의자를 하나 더 땡겨서 앉았습니다

 

"형님들 오늘 우포늪 갠춘하겠죠?"

 

"그래 오늘 아침에 춥고 점심에 덥다니까.. 저녁에는 아주 볼만할꺼여"

 

"저의 G2도 좀 기가막힌 사진 나와줬으면 해유"

 

"ㅋㅋㅋㅋ"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테이블에 컵의 갯수를 세었습니다.

 

아...

 

설마...

 

 

뭐지...

 

왜 컵이 다섯개?

 

사람은 네명..

 

전 커피를 시키지 않았는데

 

어...?

 

 

 

 

 

그 때 뒤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리네요

 

"앗 G2아저씨?"

 

벼락에 감전되면 온 몸이 파들파들 튄다고들 하잖아요

 

제가 딱 그 꼴로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보지 않아도 됩니다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내 앞에 있는 총무 형님의 애인

 

4040아가씨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퍼덕퍼덕 거리면서 얼른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보니 총무형님 옆에 자리가 하나 더 있더군요

 

"아.. 안녕하세요"

 

얼마전 학교 축제에 와서 김제동과 코미디 배틀도 할 정도로 유머러스 대마왕이던 제가..

 

한 마디도 못하겠더군요

 

고양이 앞의 쥐새끼도 이렇게 떨진 않을겁니다

 

그녀의 향기가 물씬 흘러서 콧구멍으로 벌렁벌렁 들어옵니다

 

심장박동수는 무사 백동수마냥 거칠게 뜁니다

 

아... 놔...

 

얼마나 놀랐는지 눈깔이 파르르 떨리데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절 보고 살풋 미소를 짓습니다

 

얇은 입술의 꼬리가 살짝 당겨져 올라가는데

 

아 놔

 

정신줄 놓아버리겠네요

 

하지만 저 같은 대어가 쉽게 그녀의 어장에 들어갈 수 없는 일

 

정신줄 다시 잡았습니다....

 

 

 

 

 

총무 형님의 차가 제 기억에 7인승 차였는데 카렌스2.... 아니 뭐 비슷한 차였습니다

 

거기에 여섯명이 구겨구겨 들어갔죠

 

정말 좁더군요

 

앞자리엔 총무형과 여친이 대기하고 있었죠..

 

 

 

그날의 컨셉은 우포늪 촬영이었습니다. 저녁부터 밤을 지내고 아침까지 차에서 덜덜 떨면서 촬영하고

 

아침에 출발하여 운문사에 놀러가서 사진찍고

 

운문사 앞에서 밥먹고 빠빠이 하는 컨셉...

 

 

 

 

밤새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니... 아....

 

다들 가서 밤을 버틸 과자 음료수 김밥들을 싸들고 출발합니다..

 

앞에서 히터인지 에어컨인지 온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비누향기가 살랑살랑 봄바람에 바람난 봄처자처럼 제 가슴속에 날아듭니다..

 

아놔...

 

근데 정말 아무런 상관도 없고 전혀 의미없게도

 

존슨이 벌떡..

 

..

 

아 젠장 나도 빌어먹을 남자새퀴구나....

 

 

 

 

 

그러다가 해가 질려는 순간 즈음하여..

 

도착했습니다.. 우포늪..

 

 

긴장감 없는 연재라 죄송합니다.......

 

 

 

 

이 당시만 해도 람사르인가 뭔가에 가입도 안 되어있던 우포늪은 그냥 동네 저수지 비슷한 그런 곳이었어유... 주차시설도 형편 없고.. 매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집 개가 귀여웠죠..

 

 

 

 

어쨌든.. 뚝방에 차 끌고 올라가 사진 좀 찍고 밤이 되자..

 

사실 밤이 되어서 뭔 사진을 찍겠어유..

 

나름 준비한 컨셉대로 15초 노출에 (맞던가.. 15초..)

 

조명을 이용해 사진도 찍어보고..

 

이러고 있었죠

 

그 짓도 한 30분..

 

춥습니다 추워..

 

다들 차에 기어들어와서

 

남자냄새 풍풍 풍기면서 팔짱끼고 자리에 덜덜 떨고 있었죠

 

그 중에 덕후형님이 하나 계셔서

 

뭐 에반게리온 이야기 하고..

 

만화책 좀 보다가..

 

차 안도 열라 춥고 차 밖도 열라 추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차갑게 식어빠진 김밥 주워먹는데

 

4040처자가... 보온병을 꺼내더군요

 

아니 챙기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아공간의 가방이라도 있는건가?

 

거기에 빨간색 커피믹스를 타서 한잔씩 돌리더군요

 

아... 커피믹스는 노란색이 진리인데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이게 무슨 오지랖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빨간딱지 커피믹스..

 

그 때에는 무슨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에서 내려온 달콤한 이슬과도 같았습니다.

 

달긴 달더군요 ;;;

 

여튼... 그 당시엔 물티슈 이런거 없어서 약간 손에 흘렸는데 휴지로는 그 끈적함이 닦이지도 않고..

 

계속 끈적거리더군요

 

그런데 그 때 그녀가 나의 행동을 보고는

 

"손에 묻으셨어요?"

 

 

 

 

"아.. 아니요"

 

"에이 그런거 같은데요 잠시만요"

 

그러더니 어디에 묻었냐고 그러더라고요

 

손등에 살짝 흘렸다고 그랬더니

 

제 손등위에 휴지를 몇 번 말아 올리더니

 

그 위에 물을 살짝 붓더군요

 

오 마이 갓

 

그 순간 존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덕후 형님의 한 마디가 뒤에서 작렬하더군요

 

"오 그림 좋은데?"

 

 

 

 

그리고 그 때 까지만해도 존내 재미나게 같이 놀던 총무 형님의 눈빛이

 

갑작스레.

 

매서워졌습니다

 

그리고 말을 안합니다

 

그녀는 금세 잠이 들고

 

우리도 곧 잠이 들었죠..

 

그리고.. 덕후 형님이 절 깨웁니다

 

"야~ 해뜬다"

 

 

놀래서 벌떡 일어나보니

 

아놔 이게 뭐여..

 

저만 빼고 다 나가서 사진찍을 준비 하시네유..

 

저도 얼른 나갔습니다

 

갑작스레 일어났더니

 

존슨이도 같이 일어나서

 

어기적거리고 있었죠

 

뭐 금세 다시 잠들테니.. 이러고 있는데

 

아무래도 좀 불편해서 저의 손양이 존슨이 자세를 잡아주고 있는데

 

진짜 그냥 무의식중으로

 

왼손은 그냥 도울뿐..

 

그랬는데

 

그녀가 정통으로 절 보더군요

 

아놔

 

아놔

 

아..

 

젠장..

 

쩝..

 

그녀가 놀래서 얼굴을 황급히 돌리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어젯밤에 내 손등에 물을 부어주던 그녀의 그 자상함을

 

뭔가 더러운 것으로 보답한 것 같은 느낌에

 

처절하게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 와중에 해는 뜨고

 

해가 저수지 방향으로 뜨지 않아서

 

그냥..

 

뭐.. 많이 찍긴 했는데

 

기분은 여전히 나쁘더군요 젝일

 

 

 

운문사로 향하는 길에서도

 

그 활달하면 총무 형님이 한 마디도 안 하고

 

4040처자도 암말도 안합니다

 

분위기는 썰렁하고...

 

지누션의 A-yo라는 노래랑 유승준의 찾길바래..? 뭐 이런 노래들이 나왔던 듯..

 

여튼 카오디오에 이 썰렁함을 의지한 채...

 

운문사로 갔습니다

 

운문사에 갔는데 비가 내리내요

 

근데 이놈의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안 내리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안개비였습니다

 

카메라의 방수에 신경을 써야 했지만..

 

총무 형님은 몸이 안 좋다고 차에 계신다고 하고..

 

4040처자는 나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좀 찜찜하더군요

 

어쨌든..

 

저도 덕후 형님이랑 같이 나갔습니다

 

덕후 형님이 덕후다보니 인물사진의 최종병기 같은 사람이었죠

 

코스프레 하는 여고생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진짜 어이없는건 생긴게 장동건입니다..

 

키도 180정도라서

 

이건 뭐 연예인삘인데

 

코스프레 찍으러 다닙니다..

 

뭐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요

 

4040처자는 다른 형님 둘이랑 앞에 걸어가고

 

저는 덕후 형님과 뒤에서 걸어가는데

 

덕후 형님이 이러는 겁니다

 

"야 총무녀석 여친 좀 이쁘지 않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뭐 전 모르겠는데요?"

 

"이쁘잖아"

 

"글쎄요"

 

마음과 전혀 다른 말이 나오더군요

 

"총무에겐 좀 아깝다.. 맞제"

 

"아니 왜 자꾸 이러셔유.."

 

"뭘 ㅋㅋㅋㅋ 난 사실을 말할 뿐이여 ㅋㅋ"

 

아... 뭘 자꾸 떠보려고 하는 것 같아 난감하더군요

 

비 맞아가며 사진을 찍고 차로 돌아오는데

 

총무 형님은 담배를 피고 있더군요..

 

발치에 담배가 여러개피 ...

 

아...

 

조금.. 이상하다 싶네유

 

 

 

 

 

그날 운문사에서 내려오면서 식당에 들어가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코로 먹었을거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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