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이쁜이 조장은 몇일째 결근중입니다

 

현장 반장을 찾아가 그녀에 대한 소식을 물어도 아무런 대답을 들을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결근기간이 길어지면 자동퇴직 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말뿐.

 

마음이 다급해지고 후회가 물밀듣이 밀려 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식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도 바쁘게 저녁 준비를 하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화장실 거울 앞에 꼿혀있는 그녀의 작은 칫솔과 머리카락이 몇개 감긴 브러쉬까지 

 

집안 곳곳엔 그녀의 흔적만이 화석처럼 덩그라니 남아 있는데 정작 그녀의 모습은 없습니다

 

그녀의 고향집에 전화를 해도 울먹거리는 그녀의 어머니 목소리외에는 알 수 있는게 없습니다

 

그렇게 두달이 지났습니다

 

회사에서는 그녀를 자동퇴직 처리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마지막 퇴직 급여와 함께 그녀는 완전히 내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 내 회사생활은 엉망이 되었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만 갔습니다

 

 

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요..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마음에 휴가를 내고 무작정 그녀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그녀에게 해줄말을 찾습니다 용서를 구하고 싶고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그녀를 봤을때 머리를 넘기며 웃는 모습과 울먹이던 마지막 그날의 기억까지 자꾸만 머리속을 맴돕니다 

 

그녀의 아버지를 보내고 마지막날 함께 머물렀던 기억을 더듬어 가까스로 그녀의 집앞에 도착했습니다

 

몇번을 망설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집앞 낡은 평상에 그녀가 환상처럼 다소곳이 앉아있습니다

 

여전히 포니테일 머리에 남색 츄리닝 점퍼를 대충 걸치고 나물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날 보며 희미하게 웃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지만 숨이 막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그을린 얼굴입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랫만에 뵙네요.'

 

'이쁘니씨 저에요..'

 

'....'

 

 

그녀와 똑같이 닮은 그녀의 동생입니다

 

한낮의 볕이 매우 뜨거웠는지 눈앞이 아득해져 멍하니 서 있기만 합니다.

 

이때 담장 넘어 텃밭사이로 바람처럼 작은소리가 들립니다

 

 

'선희야 손님 오셨어?'

 

 

< 부족한 연재임에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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