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반복되는 일상속에 그녀는 다시금 평온을 되찾았고

 

이쁜이 조장은 현장으로 나는 사무실로 각자의 일터로 갑니다

 

그 무렵 생산물량이 급등하여 이쁜이 조장의 2교대 근무가 시작됐습니다

 

주간근무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반대로 야간근무는 저녁8시부터 시작입니다

 

한마디로 주말이 아니면 얼굴 볼 기회조차 없었진 셈입니다

 

가끔은 출근하자마자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고 현장 휴게실에 잠시 들려 그녀가 일일마감하는

 

작업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합니다

 

대개 그녀는 눈꺼풀이 반쯤 내려앉은채 무표정하게 계산기를 두들겨 대거나

 

불량제품이 가득 담긴 박스앞에서 다른 조장과 심각한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퇴근을 하면 그제서야 졸졸 따라 붙어 이야기를 걸곤 합니다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체 그녀는 아무말이 없습니다

 

기숙사 앞에 다다른 그녀는 불쑥 손을 내밀고 말합니다

 

'열쇠..'

 

'무슨 열쇠?'

 

'당신 집열쇠..꼭 말을 해야 알아..?'

 

순순히 집 열쇠를 건네 줍니다

 

그제서야 슬며시 웃으며 열쇠를 쥔손으로 바이바이 하고 기숙사로 들어갑니다

 

키스도 없고 로맨스도 없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 허탈하게 사무실로 돌아갑니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앞 현관문에 와서야 나에게 집열쇠가 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현관문 바닥에 작은 쪽지가 보입니다

 

쪽지엔 달랑 '주인아주머니에게..' 라고 씌여있습니다

 

힘들게 주인집을 찾아가 열쇠를 받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방안에 대충 옷을 던져두고 샤워실로 향하다 문득 뭔가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침대보의 색깔이 달라졌습니다

 

우중충한 커튼은 하얀바탕의 꽃무늬 블라인드로 바껴있었고

 

화장실 앞 작은 카펫과 핑크색 변기커버 그리고 새면도기가 어색하게 놓여있습니다

 

거실구석에 늘 마른밥알만 몇개 붙어있던 빈 밥통이 보온모드로 변해있습니다

 

우리집엔 우렁각시가 사나 봅니다

 

그녀가 남긴 잔잔한 쪽지를 읽으며 밥과 몇가지 반찬을 꺼내 먹고 텔레비젼을 보다 잠이 듭니다

 

 

이튿날 새벽녘 인기척에 설핏 잠이 깹니다

 

소리없이 방문이 열리고 검은 실루엣이 보입니다

 

한손은 아래와 다른 한손은 가슴을 가린 알몸의 실루엣이 나의 침대로 파고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야한 속옷을 입은 그녀입니다

 

샤워실 온기가 고스란히 남은 젖은몸에선 은은한 샴푸냄새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그녀가 퇴근하기엔 이른 시간입니다

 

그녀는 작은 몸을 뒤척이며 가슴속 깊이 파고 들며 웅얼거리듯 말합니다

 

'오늘은 잔업이 없어서 일찍 왔어요'

 

잠결에 그녀의 젖은몸을 꼬옥 안고 이마에 키스를 합니다

 

숨결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그녀의 가슴을 느낍니다

 

그녀도 나의 입술에 키스를 합니다

 

가슴이 쿵쾅 거려 쑥스러움에 그녀에게 말을 건넵니다

 

'우리 내일 아침에 뭐할까?'

 

'쉿~ 가만있어요, 착한아기..'

 

그녀의 입술이 가슴에서 복부로 다시 간지럽히듯 그 밑으로 내려가

 

젖은 머리결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주말이 시작되면 그녀는 하루종일 나의 자취방에서 지내다

 

저녁 12시 종이 울리기전 신데렐라처럼 기숙사로 들어갑니다

 

그녀와 신데렐라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남겨진 유리구두가 없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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