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이쁜이 조장은 바빠졌습니다.

 

팔을 걷어붙인 작업복 상의와 청바지..어제 복장 그대로

 

헝클어진 포니테일머리와 쾡한 얼굴로 그년을 찾아갑니다

 

자취방이 밀집된 그녀의 동네로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호주머니속 커터칼도 그대로 입니다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 이쁘니 조장.

 

한숨을 내쉬고 두려움 없이 초인종을 누릅니다.

 

빼꼼히 열리다 황급히 닫는 현관문에 잽싸게 발을 내밀어 닫는걸 막습니다

 

그녀는 대략 이쁘니조장의 존재를 알고 필사적으로 도어를 움켜지고 몸으로 막으며 애씁니다

 

한뼘쯤 열려진 현관문 사이로 보이는 이쁘니 조장의 충혈된 눈을 보는 순간 그녀는 겁을 먹고

 

도어를 놓고 거실 한구석으로 도망갑니다

 

이쁘니 조장도 힘이 다했는지 간신히 현관문에 들어섭니다

 

 

 

그녀는 대구출신.

 

교육 후 동기녀석이 배치 받을  곳의 옆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가씨 입니다

 

동기녀석과 눈이 맞았지만 이쁘니 조장의 존재를 대략 압니다...

 

왜냐면 회사가 좁아서 소문이 퍼지는데 반나절이 채 안걸립니다 그래서 그녀도 이쁘니 조장을 익히 잘 압니다.

 

그리고 무서워 합니다.  하지만 남녀가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을 싹틔우면 눈에 뵈는게 없습니다

 

 

 

그녀가 무릎끓고 싹싹 빕니다

 

언니, 내가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수없이 반복하며 눈물까지 흘리며 무조건 싹싹 빕니다..

 

이쁘니 조장도 허탈해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러게 잘못할걸 알면서 왜 남의 남자한테 꼬릴치냐....이년아'

 

그녀는 싹싹빌면서 다시 말을 잇습니다..

 

 

 

'언니 잘못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니깐.....그냥 한번 만 봐주시면 안돼요?'

 

 

 

이쁘니 조장의 라이트 뺨따귀가 작렬합니다.

 

'이 미친X이 어디서... 아주 주둥이를 짓이겨 놔야 정신을 차리지 쌍쌍바 같은년,, 배창시를 확 갈#%$$%^$%^$^ (완전 19금)'

 

이쁘니 조장, 그녀의 머리채를 쥐고 속사포처럼 욕을 쏟아냅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쁘니 조장의 뺨에서 불이 납니다..왜냐하면 동기녀석이 우당탕 달려들어 뺨을 때리고

 

다시 이쁘니 조장의 팔을 확 잡아채서 다시한번 따귀를 올려붙이고 방구석에 던져버립니다

 

이쁘니 조장은 방구석에 엉덩빵아를 찧고 넘어집니다..어리둥절 합니다 한대 맞아서도 아니고 넘어져서도 아닙니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고 사랑한다던 그 남자가 새 여자의 편에 서는것을 보는 순간..

 

마냥 서러움이 밀려 듭니다..꾹 참았던 눈물이 한순간에 터져서 마구 흐릅니다..

 

뭐라 형용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숨이 막혀 꺽꺽 거리며 웁니다...일찌감치 병든 아버지와 어머니 ,

 

어린동생들을 키우다시피하며 살아온 이십여년의 인생중 가장 행복했던 이 시기에 .....

 

이렇게 찾아온 불행을 실감하지 못합니다..살면서 그렇게 울어본적도 없는데

 

숨도 못쉬고 계속 웁니다..

 

동기녀석은 헝클어진 그녀를 데리고 이쁘니 조장에게 욕지거리를 합니다..

 

그 순간 집주인이 파출소 순경을 대동하고 나타납니다

 

정황상으로 보면 이쁘니 조장만 X된 겁니다..

 

 

 

무단침입, 폭행...

 

 

그리고 나란히 파출소로 갑니다..

 

앞에서는 동기녀석이 그녀를 애스코트하며 걷고

 

뒤에서 이쁘니 조장은 넋을 잃은듯 그 남녀를 바라보며 순경아저씨와 함께 터덜 터덜 뒤따라갑니다.

 

파출소에선 단순 애정 싸움이고 눈에 띄게 다친점이 없으니 그냥 서로 화해하라는 말로

 

뚱쳐서 그냥 내보냅니다 한마디로 이쁜이 조장이 그녀를 때렸고 또 이쁜이 조장은 남친에게 맞은것으로 퉁친것입니다

 

그렇게 해프닝이 벌어진 후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사내엔 소문이 불길처럼 번져 사원들중 이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괴담이 되어

 

이쁘니조장이 그녀와 동기녀석이 소위 통정을 나누는 순간..아니 그냥 쉽게 표현해 떡치는 현장을 습격해서

 

두 년놈을 갈았다..뭐 이런 수준의 야사로 번졌습니다

 

저와 동기는 현장부서에서 기술부서로 재배치되어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샘플을 얻으러 다시 현장을 찾았더니이쁜이 조장이 현장 구석 박스 더미에 쭈그리고 앉아 있더군요

 

예전보다 더 하얀 얼굴에 포니테일 머리, 옆머리에 꼿은 작은 실핀 몇개가 보입니다

 

그 밑으로 흐르는 가느다란 목선이 참 이쁩니다

 

'왔어요..?'

 

메마르고 건조한 목소리로 작업에 집중한채 혼잣말 처럼 말합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커터칼로 본드를 탁탁 잘라내고 제품을 뒤집어 보고 세워보고 손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네 잘지내셨나요?'

 

그제서야 저를 힐끗 올려 봅니다

 

'잘 지내는것 처럼 보여요?'

 

그녀의 가슴에 부착된 명찰엔 조장이라는 직함이 없어졌더군요

 

그냥 평범한 5년차 생산직으로 강등되어 하루종일 불량제품 리페어만 하고 있다더군요

 

보통 생산직에서 퇴직무렵 보직을 내놓고 남은 시간을 때우거나 아니면 속칭 사고뭉치,고문관 ㅊㅈ들이

 

들어오면 퇴직할때까지 일을 시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샘플과 도면 몇장을 건내받고 교육당시 친하게 지내던 반장에게 음료수 하나 건내며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반장님 이쁘니 조장 짤린건가요..?'

 

반장은 주변을 의식해서인지 휴게실로 끌고가 얘기해 줍니다

 

 

' 소문은 소문대로 났고 본인도 결혼까지 염두에 둔 상황에 저렇게 일이 터지니깐...'

 

 

' 본인이 창피해서 무작정 그만둔다고 우겨서 일단은 진정좀 시킬려고 수리만 시키는거에요.

 

  이쁜이 조장한테는 말하지말고.. 나랑 현장에서 대판싸우고 저기압이니깐..'

 

 

이때 이쁜이 조장이 휴게실에 들어옵니다..한손엔 목장갑을 낀채 소리없이 들어와 반장에게

 

말합니다

 

'반장님 저 퇴직처리 빨리 해주세요'

 

반장은 대꾸도 안하고 이쁜이 조장을 외면한채 그냥 나가버립니다

 

이쁜이 조장은 털썩 의자에 앉아 보일듯 말듯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그 x벌 놈은 잘 지낸데요?'  

 

'잘 모르겠네요 같은 사무실로 배치받긴했는데.. 사수가 달라서 서로 얼굴보기 바쁘네요'

 

바쁘긴 개뿔이..

 

동기녀석은 그녀와 이미 동거중이었습니다.

 

 

.........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