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다

어느 100세 노부부의 이야기

쓰다듬고 빗겨주고 입에 넣어주고

부부싸움 안 해보셨어요?

안 해요! 부부싸움

백 세 넘은 할머니 중에서 제일 예뻐요.

101세 남편, 104세 아내. 우리는 88년째 연애 중입니다.

101세 - 고윤보, 104세 - 김효임

주민등록증 고윤보 150413

주민등록증 김효임 121017

둘이 합쳐 205살 환상의 커플

같이 사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올해 88년 됐어요

 

얼굴에 퍼진 나이테가 그 세월을 보여주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내 여자에게 가장 멋져 보이고 싶은 남자다

104살 연상의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101살 남편

 

손톱 잘 자르셨네요요

지금도 할머니가 예뻐요?

어디가 예뻐요?

온몸이 예뻐요

가족과 함께하는 별미 식사

너만 보인 말이야~ 옆자리에 꼭 붙어 앉아 주거니 받거니

식사 후 혼자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지는 할아버지

감귤 나무에서 잘 익은 귤을 골라 따더니 곧장 할머니 입으로 쏙

100세 할머니만을 위한 특급 후식 서비스다.

 

(손자 : 할아버지... 저는요?)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많이 위해줘요

전생에 인연이 있었나 봐요

내가 (만) 13살 때, 할머니는 17살 때에 결혼을 했어요.

그로부터 88년 싸움 한 번 없이 단란한 가정

참으면 돼요.

심심하게... 싸워도 심심하게 싸우고

누그러질 때도 심심하게 눈 녹듯이 그렇게 해야 오래 살죠.

꼭 맞잡은 이 손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 마음으로...

 

남자라면 살림에 얼씬도 않던 시절을 살아온 할아버지는

사랑 앞에 기꺼이 달라졌다.

요즘은 (가사에 남녀) 분간이 없어요

남자도 하고 여자도 하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함께 마주 앉은 긴 세월

 

좋아하는 반찬도 티브이를 보는 모습도 낮잠을 자는 모습도

우리는 스며들듯이 닮아졌습니다.

하늘하늘 꽃비 내리는 날 이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봅니다

고마워요,

이런 사진을 찍어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결혼을 할 때는 '사진'이라는 말이 없었어요

100살이 넘어서 처음 찍어보는 결혼사진

88년을 같이 사시더니 똑같이 닮으셨어요

우리가 100세를 넘었다는 사실보다도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적이고 기쁨입니다

오래 살아줘서 고마워요.

두 분처럼 오래오래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사람이 다투지 말고 서로 양보하는 게 이치예요

할머니, 나랑 아프지 말고 ~~ 오래오래 살시다. 그럽시다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영감이랑 살 거예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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